김철호 부친·매니저-트레이너 불화로 4차 방어에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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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 유일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인 김철호(21·WBC슈퍼플라이급)가 오는 2월10일 대구에서 일본「이시이」와의 4차 방어전을 앞두고 매니저와 트레이너의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타이틀방어에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김철호는 매니저와 트레이너의 알력에 부친까지 끼어 든 3중고 속에 이미 열흘째 우왕좌왕, 롱런고비에서 중요한 시련에 부닥쳐 있는 것이다.
챔피언 김은 지난l6일 그 동안 3차 방어전까지 콤비를 이뤄온 홍수환 트레이너와 본의 아니게 결별한 후 응급처치로 프로 경험이 없는 무명의 진충수씨(30)를 트레이너로 맞아 훈련하고 있으나 전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김은「와따나베」(1차·81년4월22일·서울)「마루야마」(3차·81년11월18일·부산)이후 일본복싱이 타도를 부르짖으며 세 번째 내세운「이시이」에 대해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있다.
김은 단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이시이」가 스트레이트가 좋고 순발력이 뛰어난 복서로만 알고 있어 복부공격만을 목표로 삼고있을 뿐 최종 단계에서 작전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초조해진 챔피언 김은 홍수환과 재결합을 원하고있으나 전호연 매니저와 부친 김주혜씨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난감해 하고있다.
이 같은 파경은 지난16일 김이 훈련하던 극동중앙체육관에서 스파링문제로 홍 트레이너와 부친 김씨가 마찰을 빚은 뒤 전 매니저가『그 동안 트레이너로서 너무 불성실했다』고 호되게 비난을 퍼붓자 완전 결별사태로 발전되고 만 것이다.
홍수환은『전 매니저가 자신의 잘못을 모두 나에게 뒤집어 씌워 젊은 나를 매장시키려한다』고 강력히 반박하고있다.
홍수환에 따르면 김철호는「마루야마」와의 3차 방어전을 끝낸 뒤 대전료(3천만원)를 즉각 받지 못해 글러브를 내던지고 고향인 오산으로 20여 일간 잠적했었다. (대전료는 후에 두 차례에 걸쳐 지급)
이때 전 매니저는 이를 사주한 것이 자기라고 불만을 품어왔고 이밖에도 선수 때에 충분한 재력을 모아서 은퇴에 대비해야한다는 등의 체험적인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늘 마땅치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또 자신은 지난해 4월 극동중앙체육관의 트레이너로 초빙돼 대전료 중10%를 받는 조건으로 김 외에 장정구(WBA주니어플라이급8위), 이일복 (WBC슈퍼페더급8위)등 3명의 복서를 떠맡아 그 동안 모두10차례의 경기를 벌여 9승1패를 기록했는데 훈련불성실은 언어도단이라고 흥분하고있다.
그러나 전호연 매니저는『수환이는 현역 때도 말이 많더니 트레이너가 된 후에도 복잡하다. 어른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으나 트레이너 임명은 매니저 권한임은 분명하다』면서 방어전에는 충분한 대비가 되어있다고 장담하고있다.
또 부친 김주혜씨도『아들이 홍 트레이너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감안한 결단이다』고 밝히고 있다.
김태식의 매니저 김규철씨는 흑인혼혈인「이시이」는「다마기」(옥성·일본플라이급챔피언)와의 논타이틀 전에서 두차례 다운 당하면서도 5회에 KO승을 거두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는 기본기가 잘 다듬어진 좋은 복서라고 평가, 경계를 해야한다고 충고하고있다.
현재「이시이」는 WBA플라이급 1위에 올라있으며 WBC에는12월 랭킹엔 빠져있으나1월 랭킹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후의『헝그리 복서』로 불리는 27세의「이시이」는 지난79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9전 전승(5KO)의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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