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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일본 합작 유전 개발|황해·동지나해서 한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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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공과 일본이 세계지도상의 황해와 동지나해(물론 우리 지도상의 서해와 남해도 이 안에 포함된다) 일대의 광범한 해역과 대륙붕을 본격적으로 합작 개발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처녀지와 다름없는 이 일대의 해역은 새로운 북해 또는 최후의 프런티어로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북해유전」을 기대하고 있는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 일본은 중공과 손을 잡고 해저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국영석유회사 BP와 프랑스의 FCT 양사도 현재 황해와 동지나해 상에서 시추작업을 진행중이다.
정치적으로는 78, 79년의 잇단 일·중공, 그리고 미·중공 국교정상화 이후부터 한반도와 일본열도, 중국 대륙으로 둘러싸인 이 해역에는 수많은 서방 석유회사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극동의 석유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이 해역에서의 주요 유전탐사 일지를 보자.
▲일본 제국석유와 47개 기업이 참여, 일-중공 석유개발 회사를 지난 80년에 설립, 동사는 그해 가을에 중공연안 발해만(산동반도와 요동반도 사이)에 뚫은 첫번째 시추공에서 아라비안라이트(사우디아라비아산의 대표적인 경질유종)에 맞먹는 양질의 유미을 발견, 이후 뚫은 2개 이상의 시추공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음. 85년부터는 상업적 생산에 들어갈 계획.
▲중공은 올해 초 일본·미국·유럽 각국의 45개 석유 회사들에 입찰에 의해 남지나해· 황해·통킹만 해역의 조광권을 분할할 계획. 입찰에 응하고 있는 석유회사들은 이미 지난 79년부터 약 2억 달러 이상을 투입, 지진파 탐사를 모두 마쳤음.
▲중공은 지난해 여름 동지나해의 심장부, 곧 한일 대륙붕 공동 광구 시추현장의 바로 옆에 1개 공을 시추. 이는 석유탐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에의 정치적·외교적 제스처임이 분명함.
이상과 같은 사실을 보면 이 해역에서의 석유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중공의 「속셈」과 또 그 일부분을 나누어 가지려는 일본의「계산」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중공 해저 유전 개발에의 경협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발해만의 경우만 해도 1억∼2억 달러의 탐사비용을 전액 일본이 댔었다. 또 약10억 달러가 들것으로 보이는 유전 개발비용의 98%를 직접 투자하거나 꾸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게다가 산유량의 52.5%를 중공측이 가져가라고까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국제관례상 산유국은 생산량의 25%를 징수한다). 발해유전의 매장량은 약 10억 배럴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조광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인 것이다.
그러나 석유 및 가스의 매장량이 가장 풍부할 것으로 믿어지는 한국·중공·대만·일본으로 둘러싸인 동지나 해역의 대륙붕은 각국의 영유권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미묘한 지역이다.
각국은 등거리선 또는 자연연장론중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택하여 서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도 중공의 속셈과 일본의 계산은 이미 서로 손을 맞잡고 자기들끼리 은밀한 협정을 진행중이다.
양국은 80년 처음으로 북경에서 대륙붕 개발에 관한 회담을 가졌다.
그러면서 중공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자연연장론에 못이라도 박듯 지난해 8월에는 한일 공동광구 시추현장의 바로 옆에, 또한 대만이 7O년대 초 미국의 텍스펠사와 함께 설정해놓은 대륙붕 광구의 바로 이북에 2개의 시추공을 뚫기 시작한 것이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 전략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대만의 북쪽에 위치한 무인도인 센까꾸섬을 놓고도 일본과 중공은 서로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지나해의 대륙붕에 과연 얼마만큼의 석유가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중공의 한 관리는 최근 이 지역의 매장량을 7백30억 배럴로 추정하기도 하고 서방의 지질학자들은 3백억∼7백30억 배럴로 잡기도 한다.
중공은 육지에서도 석유가 나긴 하지만 해저 유전개발을 통해 국제수지를 개선하려 하고 있고 석유가 한 방울도 안 나는 한국과 일본·대만도 한치의 해역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느 나라가 뚫는 시추공에서 석유가 솟을지는 모르지만 극동 4국의 대륙붕에는 바야흐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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