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워, 매워, 매워! 떡볶이가 손님 잡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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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고춧가루 국물에 양배추랑 떡만 동동 떠있고 맵기만 한 이런 떡볶이를 팔아도 되는 겁니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떡볶이를 먹다가 냅다 호통을 쳤다. 이민화(31) 사장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근 1년을 고심해 개발한 떡볶이인데…'. 그랬던 할아버지가 며칠 뒤 다시 왔다. "그 매운 맛이 잊혀지질 않아 다시 왔다고 하시더군요. 그분은 지금까지 6년째 단골입니다."

경일대 건축학과 93학번인 이 사장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99년 떡볶이 사업을 시작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합격은 했지만 내 일을 하고 싶고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를 포기했다.

치밀한 분석 끝에 떡볶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소비층이 두터운 업종이고, 계절 영향을 덜 타며, 가격이 저렴한데다 창업비용이 적다는 게 매력이었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떡볶이 소스 개발에 주력했다. '떡볶이는 달착지근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운 맛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종자돈 2000만원으로 대구 동성로 근처의 이른바 B급 상권에서 4평짜리 점포를 얻어 '신(辛)떡' 대구1호점을 냈다. 고객들이 '무슨 점포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도록 인테리어를 했다. 또 떡볶이에도 배달 개념을 도입했다. 외국계 프랜차이즈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배달 오토바이도 마련했다. 하루 한두 시간씩만 자면서 새벽 3시까지 메뉴 개발에 매달렸다. 고객의 반응은 좋았다. 조그만 점포에서 하루 매출이 200만원까지 오를 정도로 대구의 명물 점포가 됐다.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다.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는 될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신떡 프랜차이즈 사업은 신떡의 매운 맛에 매료된 매니어에 의해 시작됐다. 단골 고객이 가맹 1호점을 냈다. 특별한 모집 광고가 없었는데도 입소문으로 지금까지 54개의 가맹점을 열었다. 대구에만 39개가 몰려있다. 한 가맹점주가 4개 점포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높다.

2003년 10월 신촌점을 열면서 대구의 매운 바람은 서울에까지 입성했다.

이 사장은 올해초 민재푸드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10평 기준 창업비용은 가맹비(500만원)와 인테리어.시설.집기 등을 합쳐 총 3882만원으로 분식 체인치고는 약간 비싼 편이다. 이 사장은 "맛을 공식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든 표준화된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떡볶이의 맛을 변화시키는 변수인 가열시간, 떡 종류, 물의 양 등에 따라 '736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 일일이 테스트를 거쳤다고 했다. 넓직한 판 위에다 요리를 하는 다른 분식점과 달리 신떡은 압력솥으로 짧은 시간에 쪄내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좌우되지 않는다. 요리 시간도 단축돼 테이블 회전율을 높일 수 도 있다. 배달이 가능한 떡볶이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쌀이 많이 들어가면 떡이 잘 퍼지기 때문에 쌀과 밀가루 비율을 제대로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부모님은 처음 2년간 한번도 가게에 오시지 않았어요. '장돌뱅이 만들려고 너를 공부시킨 게 아니다'라고 걱정을 많이 하셨죠. 작은 건설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제가 가업을 잇기를 바라셨거든요."

이제 부모님은 쌍둥이 아들중 하나인 이 사장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그는 "이제 장가를 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 전문가가 본 신떡의 성공 비결

독특한 메뉴로 손님 지갑을 열어라

매운 맛을 완화해줄 수 있는 팥빙수,찬음료 등을 함께 판매해 일반 분식집에 비해 단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눈에 확 띄는 광고와 매장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의 시각 디자인이 큰 효과를 내고 있다. 매장내의 다채로운 구매시점(POP) 광고와 '세상에서 가장 매운 떡볶이' 등의 슬로건을 통해 구매욕과 고객 흡입력을 높이고 있다.

고객이 원한다면 어디든 얼마든 배달

일반 떡볶이 가게 등과 달리 배달 개념을 적극 도입했다. 매니아 고객들을 위해 구매액수나 거리에 상관없이 배달을 해준 덕분에 '배달해주는 떡볶이집'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자기만의 비밀 소스로 매니아 확보

독특한 자기만의 비밀 소스를 개발, 중독성 있는 맛으로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어디든 가장 좋은 곳에 자리잡아야

서울· 대구·부산 등 지역별 특성을 살려 최적입지에 점포를 내는 전략을 고집하 있다. 각 지역 점포가 시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넓은 상권도 보장해주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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