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한강이남 배치, 대책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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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핵보유 시인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정부가 주한미군 2사단의 평택.오산 이전계획을 사실상 받아들였다고 한다.

의정부 주둔 미2사단이 한강이남으로 빠진다는 것은 북한의 대남공격 가능성에 억지력으로 작용해온 미군의 역할, 이른바 인계철선론의 폐기를 의미한다.

이는 북한군의 공격이 있을 최악의 경우에 미군이 자동 개입된다는 지금까지의 우리 대북 군사전략의 밑바탕을 완전히 허무는 중대 사태다.

따라서 이런 일이 한.미 간에 논의되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당연히 그에 따른 대비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미2사단이 빠지는 군사력의 공백을 우리 군이 어떻게 보전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국방예산이 얼마나 증액돼야 한다는 등의 자주방위 대책을 우선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토대에서 미국 측과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중장기적인 검토를 한 후 주한미군 재배치문제를 협의하는 게 안보정책의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정부가 이런 기초적인 준비도 없이 미국 측이 요구한다고 해서 평택.오산에 이전부지 5백만평 제공을 선뜻 보증했다고 하니 과연 이런 정부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안들 수가 없다.

더군다나 고건 국무총리가 북핵사태 해결까지는 미군재배치 논의의 동결까지 선언했는 데도 한.미 간에 이런 부지제공 보증이 어떻게 막후에서 이뤄질 수 있었는가.

정부는 제공시기를 못박지 않아 2사단의 한강이남 배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이런 중요한 사안을 어떻게 그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정부가 수도와 미군을 모두 한수이남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예민한 수도권의 방위에는 이렇다 할 보완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국가관리능력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급선무는 미군재배치 논의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에 따른 자주국방태세 수립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없애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