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 성명서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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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판매시장 정상화를 업계 자율에 맡길 것인가, 정부의 직접 개입에 의존할 것인가.

공정위는 무가지(無價紙).경품 제공 등 신문시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신문협회의 우선 처리'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신문고시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해 놓은 상태다. 신문고시가 개정될 경우 정부가 신문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30일 규개위 분과위원회의 개정안 최종 심의를 앞둔 28일 한국신문협회가 업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위 안에 강력한 반대 성명을 발표한 근거는 두 가지다.

즉 협회의 자율 규제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실증적 사실과 함께 정부의 어설픈 개입은 실효는 적으면서 권력에 의한 언론 침해와 관련한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다.

홍석현 신문협회장은 이날 고건 국무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문업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논란의 원인을 상당 부분 신문업계가 제공했음을 생각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상시 감독 인력이 없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 개입을 할 경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적시했다.

과거 언론사 세무조사 등 언론탄압 시비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있었고 현실적으로 선별 조사가 불가피해 표적 수사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시사다.

그렇다면 핵심은 신문협회의 자율 규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로 집약된다. 신문협회는 "'자전거 경품' 등 선정적 소재에 밀려 자율 노력이 과소평가돼 온 점이 적지 않다"고 아쉬워한다.

실제 신문협회는 지난해 이후 부당.과당 판매경쟁을 한 회원사들에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해 왔다. 어느 회원사에는 지난해 10월 공개 사과, 12월에 회원 자격 정지 요청이라는 조치까지 내리기도 했다.

또 규약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약금 강제 징수 조치에도 적극 나섰다. 이와 관련, 협회는 지난 2월과 3월 단 두 달 동안 20개가 조금 안되는 신문사에서 모두 7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받았다.

위약금을 낸 신문사엔 이른바 메이저 신문인 조.중.동을 비롯, 한겨레 신문 등도 포함돼 있다. 이는 예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8~9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으로 경품 관련 위반 건수는 급감했다. 지난해 월 평균 44건의 적발 건수가 단속을 강화했음에도 올 1월엔 9건, 2월엔 7건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 신문협회는 최근 3회 이상 불공정 거래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공정위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삼진아웃제'를 마련해 자율 규제의 배수진을 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공은 규제개혁위원회로 넘어갔다. 규개위 위원들이 신문협회의 자율 규제 노력과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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