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바탕둔 현실적 통일관 정립|통일의지 부각시킨 「1.22통일방안」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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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교수=남북대화에 빠짐없이 참여해온 살아있는 사전이라 할 만한 이국장께서 먼저 이번 우리 정부의 새 통일방안이 지금까지의 통일방안과 어떠한 차이가 나는지 분석해주시죠. 이동복 남북회담사무국장=초기의 통일방안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의 토착인구비례에 따라 유엔 감시하에 자유선거를 실시해 통일한다는,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법통에 입각하여 북한을 수렴하자는 방식이었지요 그후 70년대에는 첫째 평화의 정착, 둘째 대화에 의한 상호교류와 협력, 그리고 셋째 남북한 토착인구비례에 의한 자유총선거 실시라는 매우 간결한 평화통일 3원칙으로 바뀌어졌어요. 그러나 그방안들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성을 띤 프로그램으로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어요. 더우기 실현방안이 단계적이어서 통일에 대한 지향성이 좀 부족한 감도있어 일부에서는 분단체제의 고정화를 지향한다는 비난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번 방안은 그러한 미흡한 점들을 명쾌하게 구체화했을뿐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의 강렬한 통일의지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데 기본적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정교수=저도 이국장의 지적에 대체로 동감입니다. 우리의 열렬한 통일의지를 구체화하고 현실성있는 프로그램을 담은 획기적인 청사진의 제시이며 매우 능동적이고 적극적 대처방안이라고 봅니다. 좀 추상적으로 말하면 이번 제의는 한반도 통일문제를 국제사회로 끌고 나가려했던 이제까지의 한 흐름에 결정적 한계상황을 설정한게 아닌가해요. 남북한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통일을 둘러싸고 국내문제로 수용하려는 노력과 국제문제로 이끌어내려는 시도, 즉 서로 상반된 2개의 흐름이 정치적 줄다리기 (Politice of Unific-ation) 를 계속해온 것이 한 특징 이 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번 제의로 국내문제로 쐐기가 박히게된 셈이죠. 또하나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은 우리가 북한의 입장을 높은 차원에서 수용해주는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에서 있다는 점입니다. 민족통일협의회의는북한이 주장했던 비당국대표까지도 배제하지 않는것으로 보이고 그 구성비에서도 남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도록 길을 열어놓아 현실적 색채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봅니다.이국장 = 이번 제의를 북한의 소위 고려민주연방공화국과 비교해 보면 설명이 쉬울것 같군요.우선 그들은 통일후에도 2개의 지역정부가 존재하는 미완성의 통일을 지향하는데 반해 우리는 하나의 단일국가를이루는 완성된 형태의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의 미래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다음으로 통일로 가는 과정의 절차문제입니다. 우리는 쌍방의 합의에의해 통일헌법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일련의 민주적 절차를 밟아 총선거를 치르고 통일국회를 구성하여 여야관계를 정립,통일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통일을 완성시킨다는 지극히 민주적 절차를 제시하고 있지요. 그에 비해 북한은 이같은 민주절차를 완전히 도해시한채 순전히 남북을 1대l관계로 하여 구성되는 소위 최고민족연방회의와 연방상실위원회라는 연방기구가 2개의 지역정부를 지도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여기에도 남한에 대해서만 일방적인 전제조건을 붙이고 있어 전혀 비민주적이지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통일이전에 현안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에서 남북기본관계에 관한 잠정협정도 맺자는것이지요. 북한도 남북교류와 협력등 소위 10대시정방침형태를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현안문제의 존재를 시인하면서도 그런 것들은 연방제의 실현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니 결국 아무것도 안하자는 말입니다. 정교수=저는 특히 민족통일협의회의의 임무를 통일헌법을 기초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선전장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북한의 소위대민족회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국장=이번에 새통일방안을 천명하게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읍니다.제5공화국의 출범이후 새 정부의 통일방안은 무어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또 작년 1월12일에 남북최고책임자회의를 제의했는데 북쪽이 그걸 받아들였을 경우 진작 밝혀졌을 이 방안들을 우리는 그동안 공개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요.그래서 제5공화국의 적극적 통일의지를 집약하는 새 방안을 천명할 필요성도 있었고,이런 방안을 공표함으로써 우리의 남북대화제의를 북한이 수락하도록 촉구하는 계기를 삼고 아울러 북한당국은 물론 세졔여론에 우리의 제의에대한 진실성을 다시한번 평가하게 하자는 뜻이 있읍니다. 정교수=과거 우리의 통일대책이 지나치게 정직한 단계론인데 비해 저쪽은 현실성은 제쳐놓고라도 자칫 그럴듯하게 보이는 오도의 위험성이 있었는데 시의적절하게 이번에 그걸찰 극복했군요. 그런데 이번 방안에 정부의 통일한국상이 무어냐,그리고 통일경책을 전제로한 주체세력이 무어냐 하는 점에서 좀더 우리의 입장을 선명하게 부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국장=좋은 지적입니다. 결국 정부의 통일관이랄까 통일철학이 무어냐는 얘기이군요. 일방적인 자기의 사상과 이념제도를 타방에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어느 특정계층이 독점적·배타적으로 통일을 추구해서는 곤란하고 또 무력이나 폭력을 통한 통일의 달성은 안된다는 원clr을 갖고 어디까지나 민족자결의 원칙하에서 민주적 절차와 평화적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통일이라야 진정한 평화통일이라는 것이 정부의 통일철학이지요. 그리고 통일조국의 내용은 앞으로 통일헌법에 의해 통일조국의 정치이념과 국호·대내외정책의 기본방향, 그러고 국가와 정부형태등이 규정되겠지만 우리의 통일상은 민족·민주·자유·복지의 기본적 가치관을 바탕에 깐. 단일국가상의 수립이지요. 정교수= 제 의견은 정부가 민족주의에 역점을 둔 통일관을 수립한건 진일보라고봐요. 다만 통일이후의 민족주의에 대한 남북한의 개념정립이 서로 이질적인만큼 그에대한 정부의 명확한 보완대책이 나와야 할것같아요. 또 민족주의를 대전제로 남북협상이 전개될 경우 북한은 주체세력이 프롤fp타리아라는게 분명한데 우리쪽은 민족주체세력이 좀 막연한게 아닌가해요. 따라서 민족주체세력에 대한 개념정립을 확실히 하고 그에따라 양성하는데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국장= 말하자면 민족통일협의회의를 전제한 사회적 기반이 다져져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정교수=그렇습니다. 또 우리는 자유와 민주가 핵심적 이념인데 비해 저쪽은 사회적인 평등개념이 핵심인데 이같은 정치이념을 통합할 수 있는 비전이 복라는 개념이 아닐까생각되지요. 우리의 통일이념으로 민족·민주·자유와 함께 복지를 제시한것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것으로 봅니다. 이국장= 우리가 제시한 남북한 기본관계 잠정협정안은 현실인정 바탕에서 분단의 고통을 줄이고 상호 교류와 합작을 늘려가자는 면에서 동서독간의 기본조약과 비슷한 면도 없지 않지만 기본전제가 다릅니다. 양독조약은 통일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일단 포기하거나 유보한 상황을 전제로 체결됐다는 측면에서 우리와는 발상 자체가 정반대가 되는지요. 정교수=그래요. 우선 독일을 둘러싼 주변 4대강국이 독일의 통일보다는 분단을 강력히 바라고 있기때문에「브란트」전 서독수상은 동서간의 긴장을 먼저 해결하면 양독 관계해결에 실마리가 풀릴것이라고 동방정책을 폈고 그 노력의 부산물로 기본조약이 나온 것이지요.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열강, 특히 중공과 소련은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는 점에서 독일과는 다르고 그점이 양독의 기본협정체결이후 두드러진 분단영구화 경향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다소 씻어주고 있지요. 이국장=특히 양독관계의 가장 핵심부분은 국경선의 존재를 인정하여 상호 부가침의 경계선이라고 양독이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그걸 인정할수 없다는 점에서 대단한 차이가 납니다. 단지 통일되기까지 비무장지대를 평화와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잠정적으로 현상을 바꾸자는 얘기지요. 정교수=이번 방안에 대해 중공과 소련은 독일문제 처럼 당장 대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를 보이리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그건 이쯤 해두고 우리에게 가장 관심이 큰 북한의 반응이 어떨지…. 이국장=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반응을 예측하지 않는게 좋겠지요. 다만 북한내부의 정치적·경제적 현실을 따져보면 단기적인 전망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북한은 현재 혁명통일관에 기조를두고 세습체제를 굳혀나가고 있기 때문에 소위 이 혁명통일관을 벗어날때 김일성부자의 세습후계 체제의 논리가 박탈당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또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어서 개방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입니다. 경제곤란이 대내적으로 문제가 되어 체제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어서. 결국 남북대화관계의 본격화는 세습후계 체제의 완성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을수 있겠지요. 이번 제의는 현재 북한에서 진행중인 후계작업에 하나의 충격으로 작용하고 중장기적으로 볼때 북한에 보다 현실적 방향으로 태도의 수정을 유도하는 유인제가 될수 있다고 봅니다. 평화통일을 하자고 한다면 결국 이러한 포괄적 틀에서만 가능한것 아니겠읍니까. 정교수I=저는 세계적 추세인 민족주의의 심화와 관련해서 북한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한층 강하게 나올 것이고 그런점 에서 우리의 장기비전을 밝혔다는데 주목하고 싶습니다. 과거 식민제도와 그 유산에 대해 저항적이던 제3세계의 민족주의 운동이 70년대 이후에는 근대국가 건설의 이념으로 수용되는 적극성을 띠고 있습니다. 80년대에는 그런 경향이 한층 심화될 전망인데 북한에서도 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제2세대들이 민족주의의 가장 중요한 주체세력으로 등장할 80년대에는 김일성의 혁명세대와는 통일관과 민족상,그리고 통일에 대한 열망이 다룰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맥락에서 민족주의의 건설적측면을 담은 이번 방안은 북한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이국장=지금까지 남북한 관계를 풀기위한 제3자의 거중노력도 더러 있었지만 앞으로도 별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제3자의 거중노력은 저쪽의 부정적 태도로 실패로 돌아갔어요.북한은 심지어 제3자의 거중노력자체를 부정하는 태도여서 우리 정부의 온갖 노력은 별소득을 못봤어요. 결국 중공과 소련을 경유하는 길밖에 없는데 그들도 다같이 김일성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로 안하려는 상황이어서 중·소의 거중조정에 대한 기여는 당분간 생각키 어려운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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