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1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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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항상 우울증에 빠져있는 25세의 청년입니다. 유쾌하게,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운 일이라곤 없는데 뭐가 유쾌하고 뭐가 행복해서 언제나 신나고, 박력 있게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추 하는지 오히려 이상하게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밸 빠진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멍청이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는 그 모든 사람들이 밉고 싫어져서 보기가 싫군요.
예를 들면 말예요.
우선 집안식구들도 보기 싫어져서 며칠이고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주위사람들은 처음에 실연을 했다느니, 꽁생원이니, 내성적이니, 부정적인 성격이니 합니다만 천만예요. 전 그런 성격파탄 자는 아닙니다.
단지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을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우울증에서 빠져 나오면 오히려 더 불안하고 허황 된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더 우울증이 심해 가끔 폭력을 행사하기도합니다.
이젠 저도 자신이 없어지고 걱정이 됩니다. 폭력 때문에 말입니다.<서울 k씨>

<답>K씨는 자기우울증을 즐기고 있지나 않은 지요. 잘 분석해보면 처음엔 남보다 좀 다르게 보이려고 어떤 우월감에 빠져서 심각한 채, 우울한 채해 보이다가 그것이 차츰 몸에 맞게 되어서, 다시 말하면 길들여져서 그만 우울증과 친해져 버린 듯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우울하고 권태롭고 슬프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으로 자기를 억제하고 극기하는 힘을 길러야겠지요.
극기하고 억제하지 못한다면, 일종의 병적인 상태가 아닐까요? 폭력까지 행사한다면 문제가 좀 무거운 듯 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의지 하나로 극복하는 길을 모색해 보십시오. 꼭 그럴 능력이 있는 분 같습니다.
박 현 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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