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대마 잡은 옥득진 먼저 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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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신예 옥득진(23.사진) 2단이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먼저 1승을 따내며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체급이 다르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기세 넘친 총공격 끝에 이창호 9단의 대마를 잡으며 타이틀 획득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제39기 KT배 왕위전 도전 5번기 첫판은 바둑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0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한쪽은 왕위전 사상 초유의 10연패를 노리는 최강 이창호 9단. 다른 한쪽은 지난해까지 완전 무명기사였으나 올해 왕위전에서 돌연 8연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도전권까지 움켜쥔 옥득진 2단.

흐름은 의외로 팽팽했다. 이창호라는 거목 앞에서도 옥득진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승부는 일순간에 끝나 버렸다. 엄청난 손실을 각오하고 기세 넘친 강공을 택한 옥득진이 끝내 이창호의 대마를 잡아버린 것이다.

옥득진은 도전자가 된 뒤 "이창호 9단과의 대국은 상상 속에서 막연히 꿈꾸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기사였고 이창호와의 대결도 프로생활 6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기 2국은 20일 창덕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 하이라이트=우상에서 흑.백의 대마가 생사를 놓고 패싸움으로 치열하게 얽힐 때만 해도 전도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옥득진은 이미 20여 수 전부터 흑의 승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흑1로 먹여쳐 뒷수를 조여 들어간 것이 마지막 장면. 쌍방 계속 수를 조이면 이 수상전은 패가 된다. 백은 우상을 잡을 수 있으나 그 대가로 우하 대마를 내줘야 하고 바둑은 흑승. 이창호 9단은 결과를 내다보고 순순히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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