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소화기 질환|최규완<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과민성 대장 증후군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 나라도 연간 국민평균 소득 2천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어 질병의 양상이 구미의 선진 공업국들을 닮아가고 있다.
소화기계 질병보다 심장병·당뇨병·동맥경화증 등이 증가하고 있는가 하면 소화기 계통에서도 상부 위장관보다 하부 위장관의 질병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실제 고장이 눈에 보이는 기질적 질병보다는 제대로 작용이 안되는 기능성 질병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위장관계통의 기능성 질환을 통틀어서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로 하부 위장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변비나 실사와 같은 배변장애를 비롯하여 복부 팽만감이나 복부 불쾌감을 일으키는 병을 일컬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경험한 사실인데 서울시내에서 개업하고 있는 어느 대학선배의 부인이 수년간 왼쪽 윗배가 아파서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아 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다는데도 병이 낫지 않으니 이를 해결해 달라고 찾아왔다.
본인도 여의사여서 과로한 탓도 있겠지만 몸이 매우 수척해 있었고, 신경이 몹시 예민한 환자였다. 식욕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조금만 먹어도 헛배가 부르고 변이 고르지 않아서 며칠간 실사가 계속 되다가는 변비가 생겨서 오랫동안 변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다시 여러 가지 검사를 되풀이 해 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기질적인 병변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시작했다.
부부가 모두 의사였지만 전공분야가 모두 내과와는 거리가 먼 분야였고, 또 의학을 공부한지가 꽤 오래된 분들이라 이병에 관하여는 거의 일반인이나 마찬가기로 잘 모르고 있었다.
병에 관한 원인, 발생기 전으로로부터 진단 및 치료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설명을 하고 몇가지 약으로 치료를 하였더니 증상이 아주 좋아졌다.
물론 지금까지도 신경을 많이 쓰거나 음식에 주의를 게을리 하면 복통과 변비가 재발하지만 약으로 쉽게 조절이 되므로 아주 좋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병이 아니라는 확신과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지금까지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오랫동안 섭취할 때 잘 일어난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장의 일부가 경련성 수축을 일으키므로 대변과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고 그 부위에 통증을 느끼면서 배변장애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을 진정시키는 약과 대장의 운동을 조절하고 없애주는 약을 병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절한 음식물의 섭취는 이 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 특히 고섬유질식이가 매우 좋다. 예컨대 야채나 과일을 비롯하여 잡곡을 섞은 밥·보리빵·메밀국수 등은 모두 소화된 후에도 찌꺼기가 많이 남는 섬유질 식품이므로 이병에 있어 권장할만한 식품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