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작은 정부」 1년|『힘의 미국』 바탕은 다져|아직도 먼 경제활성화 실업·재정적자가 골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내세운 「레이건」 대통령이 20일로 취임 2년을 맞았다. 지난 1년 간의 그의 치적이 평가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으로 미국인의 생활 구석구석에까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또 앞으로 있을 변화에 대한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레이건」은 개개 시민과 사기업의 권익이 최대한으로 보장되고 연방정부는 작은 정부로서의 최소 기능을 해야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한 개인주의로의 복귀는 미국인의 소비생활·취업기회·국민의 안보·주거환경·식품의약 등 생활 구석구적에 영향을 미치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은 방대한 연방정부의 기능을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사상최대규모의 감세조치와 군비증강 조치에 착수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레이건」은 대통령으로서의 지도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는 강력한 개인적인 인기를 무기로 의회를 공략하여 주요 경제조치와 군사정책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레이건」이 지난 1년 간 힘을 쏟아온 미국경제의 회생정책과 군비증강 및 대의정책의 내용은 전임 「카터」 행정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대외정책면에서 「레이건」대통령은 동맹국과 적대국이 갖고있던 지난날의 나약했던 미국의 이미지를 바꾸도록 만들었다. 「카터」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이란 도덕과 인권, 군축협상과 제3세계와의 우호관계를 추구하는 국가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레이건」대통령의 미국은 군사력의 재건에 최우선권을 두는 국가로 최소한 말만이라도 소련의 팽창주의에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세계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련은 지난 l년 동안 직접적으로는 새로운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이디오피아·앙골라에 대한 소련의 개입과 쿠바의 대리인 노릇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소련과 쿠바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폴란드 군은 폴란드 내의 자유노조운동을 분쇄토록 요구받고 있다. 미국이 취한 대소·대폴란드 경재제재조치는 56년의 헝가리 사태 때나 68년의 체코사태때 미국이 취했던 조치이상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NATO제국은 강력한 평화운동의 대두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위기를 맞고있다. NATO제국의 경제적인 곤경과 청년실업자의 증가, 그리고 핵전쟁에 대한 공포심리가 평화운동을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레이건」행정부의 격렬한 반소비난발언과 유럽에서의 제한핵전 가능성 발언 등이 반미평화운동을 부채질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레바논 휴전과 이스라엘-시리아 전쟁 방지에 일단 달성했으나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레이건」 은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공중조기경보통게기 판매를 강행했고, 이스라엘은 점령지 골란고원을 전격 합병함으로써 「사다트」 사후에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을 사문화시키려 하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의 반소 아랍연합구상도 「사다트」의 피살로 일각이 허물어졌다.
극동에서 「레이건」 행정부는 한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한반도의 균형에 일조를 하고 있으나 최근 대대만 무기 판매로 중공과의 관계에 말썽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문제에 있어서「레이건」은 보다 강력한 미국이란 이미지를 심는데 일단 성공했으나 소련과의 대결이 고조된 이 시기에 동맹국과 우방과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로 남아있다.「레이건」은 미국의 국방력 재건을 위해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군비증강계획에 착수했다.
이 계획의 결과는 81년도 각 군의 충원목표를 무난히 달성시켰으며 신병의 수중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군사장비로 대폭 보강되고, 수준이하에 머물렀던 미군의 전투능력도 모두 수준급 이상으로 부상했다. 「레이건」은 해군력 강화에도 착수해 1990년까지에는 현재 4백70척의 전함을 6백척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81년에 27척을 새로 건조했다.
「레이건」은 신형 폭격기·육상기지의 미사일·전략잠수함·크루즈 미사일 등 미군의 핵전력화 6개년 계획에 착수, 1천8백억 달러를 쏟아 넣기로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레이건」의 탁월한 지도력에도 불구하고 82년은 그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줄 것 같다. 「레이건」의 작은 정부가 경제침체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거의 1천만명의 실업자군과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특히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았던 사회보장 규모를 축소해가며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하는 군비증강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레이건」의 2년차 집권의 성공여부는 미국의 국내문제, 특히 경제문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업률과 인플례율, 그리고 고금리를 띨어뜨릴 수 있다면 전망은 밝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올해는「레이건」에게 가혹한 한해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