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시청각 교재 이용, 의문없게 구체적으로|윤리·책임의식 함께 심어 주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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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는 83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의 복장과 머리모양이 자율화됨에 따라 이성교제도 보다 자유로와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비하여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이들 중·고교 남녀학생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도록 가르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성교육 지침서를 만들어 해당교사들에게 배부할 것이라고 한다. 중·고교생을 위한 바람직한 성교육의 내용과 교육방법 등에 관해 중·고교 교사, 교육 전문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일선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고교 교사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만들 성교육 지침서는 종래의 순결교육이 전통적인 정조관념만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던 것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한다.
남녀의 생리구조, 성에 대한 위생처리, 임신과 피임의 원리, 성병의 예방과 치료 등인데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빠른 시일 안에 산하 교육연구원, 그리고 각 학교 생활지도 교사들과의 협의화를 갖고 성교육 실시대상과 절차, 공개지도의 한계 등 세부내용 등을 결정한다.
이러한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일선교사·청소년교육 전문가·학부모 등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김경희 교수(발달심리)는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면서 학생들에게 본격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기에 암시 그들이 생에 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별로 무기명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학생지도에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성이란 쉬쉬하고 감추면 오히려 더 학생들의 호기심만을 자극할 뿐이다. 자연스럽게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학생들을 건전하게 이끄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여의도 고교 생활지도 교사인 형영우씨는 얘기한다.
주부 임숙형씨 (서울 성북구 돈암동)는 『요즈음에는 아이들이 조숙해서 국민학교 4,5학년이면 초조를 맞고, 중학생이면 벌써 이성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도 피임과 성병예방 등의 구체적인 지식을 배우면 학생들에게 악용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김교수는 『알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보다는 성에 대한 무지로 빚어지는 불행이 훨씬 더 많고 깊다』고 말하면서 『어차피 성의 자유화 물결이 막을 수 없는 시대조류라면 성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한다.
그러나 어떤 교사가 어떤 방법으로 가르칠 것인가가 성교육의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대 사대부중 교도담당 정광호 교사는 『슬라이드 등의 시청각 교재를 이용하여 의문의 여지없이 철저히 가르치되 아울러 인간생활에서 성이 갖는 의미와 윤리적인 측면, 그와 관련한 책임의식 등도 함께 심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60년대 초 이미 청소년의 성에 관한 기초조사를 했던 서봉연 교수(서울대·심리학)는 『성은 인간성의 한 측면, 성교육은 인간교육의 한 측면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에서 성교육은 말해져야 하고 교육내용도 그에 맞게 짜여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고교 학생들에게 이성교제의 관한 기준이 되는 뚜렷한 성관을 심어준 다음에 구체적인 성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욕망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자세한 성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사용법을 모르는 어린이에게 쌍날이 달린 잘 드는 칼을 주는 것처럼 위험한 결과를 빚는다는 것이다.
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태도는 솔직하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성의 갖가지 지식을 객관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춘기 학생들 특유의 미묘한 심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서교수는 얘기한다.
또 중·고교학생들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일찍부터 남녀공학이나 남녀혼성 그룹등의 방법으로 서로 비교적 자유롭게 만나 건전하게 교제하여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상대를 볼줄 아는 안목을 키우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형교사는 말한다.
중·고교학생들 사이에 서서히 일기 시작한 각종 자유화의 물결속에서 그들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발맞춰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그들의 욕구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 도와 주도록 하는 배려가, 학생들은 자유를 누리는만큼 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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