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인사 등용 위험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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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고영구(高泳耉)국가정보원장 임명을 둘러싼 대여 공세를 원내 투쟁 중심으로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 투쟁을 강화해 국회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대통령이 방미하기 전까지 2주일 정도의 회기로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이날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정균환(鄭均桓)민주당 총무 등과의 오찬 모임에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 등을 통해 盧대통령의 이념 편향적 인사에 대한 검증과 여론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대립각을 분명히 하기 위해 5월 1일 高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의 간담회도 거부키로 했다.

이날 朴대행은 "우리는 단지 국정원장 인사 하나를 문제삼는 게 아니다"라며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국정의 핵심 요직에 골고루 배치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의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데 더 큰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순봉(河舜鳳)최고위원은 "국정원장과 KBS 사장에는 북한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아니라 자유체제를 수호할 국가관이 투철한 인사가 필요하다"며 "베트남 패망 당시 낭만적인 민족 공조론을 주장하던 베트남의 2인자는 훗날 공산당의 프락치로 밝혀졌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원내 투쟁 방침에는 수위 조절의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정원장의 경우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해임건의나 탄핵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청와대와 우리 당이 아직 서로 넘어선 안될 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라는 朴대변인의 말은 이런 고민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색 정국의 지속 여부는 청와대에 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서동만(徐東晩)상지대 교수가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되느냐가 한나라당의 대여 투쟁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한 듯 청와대는 이날 야당에 대한 공세를 자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徐교수의 임명을 둘러싸고 강온 두 기류가 혼재해 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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