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닥주식 매집 누군가 했더니…오펜하이머가 큰손이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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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오펜하이머가 코스닥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거래소 대형주를 주로 사던 외국계 펀드와 달리 오펜하이머는 거래소와 코스닥의 중소형주로 투자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펜하이머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 종목은 GS홈쇼핑.모빌리언스.안철수연구소.화인텍 등 12개에 이른다.

특히 지난달 한 증권사의 주선으로 이 회사의 펀드 매니저들이 한국을 다녀간 뒤 코스닥 주식 매수가 크게 늘었다. 최근 한 달간 블루코드테크놀로지 50만 주를 추가로 사들였고, 다날 주식 보유량은 지난주에만 14만 주에서 90만 주로 불어났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회사의 주식만 해도 총 1126만 주, 1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도 적지 않다. 예당엔터테인먼트에 160억원을 투자해 1년간 78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더존디지털웨어는 오펜하이머가 주식을 산 이후 석 달 만에 주가가 두 배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오펜하이머가 간간이 차익실현을 하긴 했으나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장 잠재력에 비해 가격이 싼 종목을 골라 중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펜하이머의 공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의 서태용 변호사도 "치고 빠지는 일회성 투자보다는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움직임을 코스닥 시장에 대한 외국계 펀드의 시각 변화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코스닥 시장 전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종목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보유 주식의 96%가 거래소 대형주"라며 "대형주 투자가 한계에 다다르자 외국인들이 거래소와 코스닥을 따지지 않고 알짜 중소형주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오펜하이머가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으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운용사이기 때문에 내년 주총 시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1998년 타이거펀드 등과 손잡고 SK텔레콤의 주총에서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배당금을 상향 조정했다.

김영훈 기자

◆ 오펜하이머=1960년 설립됐으며 미 뉴욕에 본사를 두고 1700억 달러(700만 계좌)의 자산을 운용한다.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투자를 주로 한다. 이 회사 소속의 '인터내셔널 스몰컴퍼니펀드'와 '디벨로핑마켓펀드'가 4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2~15%를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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