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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올 봄엔 깨어날까|정부의 부양책 발표 계기로 알아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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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떠들썩했던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의 뚜껑이 열렸다.
주택업계와 연관업계·실수요자, 또 복덕방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으나 막상 발표된 대책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정부는 과거와 같은 투기수요로 주택경기를 일으키기 보다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주택건설 촉진을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 방향도 당초 거론됐던 양도세 면제 등은 빠지고 주택자금 방출 확대와 규제조처의 일부 완화 등이 포함되었다.
우선 가장 큰 논란의 초점이었던 부동산 양도소득세 문제는 올 9월 말로 끝나는 탄력세율 적용시한을 84년3월31일까지로 1년6개월 연장하고 신주택구입 후 종전 주택 매도기간(1가구2주택의 양도세 면제기간)을 종전 1년에서 1년6개월로 6개월 연장하는데 그쳤다. 투기를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정책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이다.
건설부와 업계는 양도소득세 탄력세율 적용기간을 87년 9월 말까지 5년,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 면제기한을 3년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획원과 재무부에 의해 거부됐다. 업계는 또 1가구2주택 이상이라도 집주인이 2년 이상 세를 준 것이 확실하면 양도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것도 묵살됐다. 이로써 양도세 문제는 약간의 완화로 끝나 이것이 경기부양의 견인차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경기가 안 일어나도 좋으니 투기를 조장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국민주택자금의 금리를 인하하는 문제는 현행 전용면적 15평까지는 연 15%, 15평 초과는 18%인 것을 각각 13%와 15%로 내렸다.
일반금리의 인하와 균형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건설부와 업계에서는 10%선까지 내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지난해 재무부가 갑자기 발표했던 실수요자 주택자금 3천억원은 당초 상환조건이 2년거치 1년상환이었으나 주택자금으로선 너무 조건이 나쁘다는 비판때문에 3년거치 2년균등상환으로 완화됐다. 그러나 아직도 조건이 빠듯하다.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은 또 택지난이 집 값을 올린다는 점에 유의해 택지 공급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토개공이 개발한 택지를 민간 주택건설업자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소규모 주택용지 확보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세우며 ▲개인소유 나대지 활용을 위해 나대지의 장기소유자에게 재산세를 무겁게 매기며 주거지역 안의 토지 형질변경 제한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택지 공급방안은 그럴듯하게 엮어만 놨지 구체적인 조치가 들어있지 않다.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려야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소규모 주택임대업을 육성하겠다는 것과 주택조합 지원, 주택행정의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돼 있으나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결여돼 있다.
건설업계는 등록세·취득세의 2중부과 철폐, 아파트 3년내 재당첨금지 철폐 및 1가구2주택의 3년간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 부양책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이러한 것들은 세수 및 투기재발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7, 78년의 부동산 투기에 워낙 혼이 났기 때문에 제한적인 활성화에 멈춘 것이다.
○…이번 조치로 주택경기가 부양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다. 한쪽에서는 전반적인 경기회복 기미에 활성화가 가미돼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중병에 걸려 이같은 정상치료로는 곧 회생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낙관·비관" 엇갈려>
김보근 건설부 주택국장은 『이번 대책이 만족할 만한 것은 못되나 아무래도 주택경기는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상태이며 활성화 대책과 함께 4천8백억원의 국민주택 자금과 3천억원의 수요자 금융이 방출되면 다소 활로가 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진우 한국부동산문제 연구소장은 2월께부터 약간의 상승조짐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가격이 더욱 떨어져 최근에는 건축원가 이하가 됐다고 말하고 이것이 정부의 활성화 조치를 계기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각부동산 전시관 상무 김치은씨와 서울 서초동 대성부동산 대표 유요상씨도 2월부터는 다소 주택거래가 이루어져 3, 4월에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처음 받은 새 입주자들이 1년이 되는 3월을 앞두고 1, 2월부터 집을 옮기거나 사려고 할 것이며 이어 이사철로 접어들어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민간 주택건설업자 모임인 주택건설협회 이규완 진흥부장은 이번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택경기 전망은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번 조치로도 『사회에 만연돼 있는 주택거래 기피현상을 씻지 못할 것』이며 특히 주택임대에 대한 편의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주택거래나 주택난 해소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도 한보주택 부사장도 전반적으로 활성화의 톤이 낮으며 취득세·등록세 완화 등 중요한 부분이 빠져 『효과가 나타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청방 경남기업 전무는 주택건설업자들이 택지난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 이에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하루속히 세울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활발치 못하다해도 부분적으로는 좋은 면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서울이 지방보다 낫고 서울 가운데도 올림픽경기장과 선수촌이 들어설 강동·강남지역 경기는 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실수요자들의 구미에 맞는 20∼25평 규모의 아파트나 30평 미만의 단독주택은 계속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아파트 등 고급주택은 계속 침체 할 것이며 의정부·부천·안양 등 수도권도 불경기, 지방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분양도 지방이 더욱 어려울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취향을 살려 짓는 주문주택이나 여러 가구가 한울타리 안에 집을 짓는 단지주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분양가격은 지난해 한차례 홍역을 치렀으나 이 때문에 최고가 평당 1백30만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경기가 없어도 건축자재는 인플레 때문에 값이 오르므로 올해도 고급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20만∼30만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류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적어도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정부의 주택건설 목표는 20만 가구분으로 작년보다 5만채 적다.

<민간부문 미지수>
분야별로는 공공부문이 8만채, 민간부문이 12만채. 공공부문은 주택공사가 4만채, 지방자치단체가 2만8천채를 짓고 기타 재개발지역이나 재해대책용 등으로 1만2천채를 짓는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짓는 것은 분양주택이 1만채, 주택조합에 대한 지원이 1만5천채, 농촌주택이 3천채다.
구랍 국회에서 밝힌 임대주택 건설문제는 재원확보가 어려워 아직까지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민간부문 2만채는 주택건설 지정업체·등록업체·개인이 짓는 것을 통틀어 말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목표대로 되겠지만 이 민간부문 주택건설이 문제다. 작년에도 민간부문 목표를 17만채로 잡았으나 실제 7만채 정도밖에 짓지 못했다.
민간 주택건설업자들은 새해들어 대략적인 아파트 건설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는 하나 그동안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지 않아 확정하지 못했었다.
본사가 주요 민간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에 한채도 건설하지 않은 한보주택이 올해 4천가구분을 지을 계획을 세워 가장 많으며 다음은 삼익주택이 3천6백가구, 라이프주택이 3천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한양주택·우성건설·한국도시개발·동신주택이 각각 1천5백가구 정도, 한신공영·삼환기업·삼호·진흥기업이 1천∼1천3백가구 정도이고 그밖에는 대부분 1천가구 미만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호된 주택불경기에 모두 자라목처럼 웅크린 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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