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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문화권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낙동강유역 경남북에 걸쳐있는 가야(가야)문화권이 올해부터 10개년 계획으로 개발되리라 한다.
그것은 정부의 이른바「사대문화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긴 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이것이「가야」라고하는 우리역사의 감춰졌던 한 고대국가가 역사의 조명속에 각광을 받게된다는 뜻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대수롭잖게 취급되던 한 국가의 등장과 그곳에서 형성되었던 독특한 문화의 양식이 재인식된다는 얘기다.
가야는 국사의 영역에서 신라·백제등 주변국가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뿐더러 한일관계사의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일부학자들이 허구적인「임나일본부」의 설치를 주장한것도 이지역을 지침한 것이요, 반대로 북구주지방에 대규모 가야인의 주거지가 확인됨으로써 가야의 의미가 새삼 부각되기에 이른것도 최근의 사실이다.
80년말에 부산 면천동 가야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1천5백년전에 번영하던 가야의 존재를 새삼 확인하였거니와 거기서 나온 철제마면구는일본오오따니(대곡)고분 출토의 말투구와 유사하지만 그 연대가 적어도 30년이상 앞선 유물이란 점에서「임나일본부」설을 물증으로 뒤엎은바도 있다.
4세기말 5세기초의 가야시대 갑옷·투구·마구들은 모두 5세기중엽에 만들어진 일본것보다 더욱 발달된 형태를 보였다.
그것은 세련된 철제무기로 장비된 잘 훈련된 기마군이 가야에 존재했다는 증거였다.
또 작년말엔 구주대학의 서곡정교수가 북구주의 이마가와 유적이 가야유적임을 단정한바도 있다. 김해지역에서 대마도와 일기를 거쳐 북구주에 도착한 무문토기문화가 일본미생문화성립에 원동력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가야와 그 문화의 재인식은 최근의 학문적 업적을 배경으로한 것이라서 앞으로 보다 치밀하고세심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점에서 정부가 늦으나마 가야문화권개발에 착목하여 신라·백제문화권에 못지않은 관심을 보이게 된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더우기 가야문화권의 개발은 역사의 재조명과 함께 낙후 또는 소외되었던 일부 지역사회에 대한 개발과 적지않은 연관이 있으리란 점에서 기대도 갖게된다.
그러나 이 개발에 있어서도 역시 미리 당부해두지 않을수 없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개발」이「지역발전」과 당강 연관되어 지역주민의 눈에 띄는 이익으로만 환산되는 사업으로 결코 타락되어선 안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화유산의 개발은 단순한 공업화나 관광시설화와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 경주의 신라문화권개발등의 경험도 참작되어야겠다.
한국문화의 대표적 보고인 고도 경주를 개발하는 것은 민족문화의 진흥과 재인식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난데없는 콘크리트건물과 아스팔트대로를 건설해 고색창연한 역사문화전통의 향기를 훼손하고 인멸했던 무모한 전철은 되풀이 해선 안되겠다.
조화를 무시한 개발은 파괴요 손상임이 분명히 인식돼야한다. 고대문화의 진도는 그 실체를 정성들여 발굴하고 원형을 참답게 보존함으로써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개발을 우선하고 관광에만 치우친다면 그것은 문화에 대한 모독일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당국과 지방대학등이 기초조사와 연구를 추진하는것은 필요한 일이다. 섣불리 유적발굴이다, 정화사업이다 하여 역사적 문화유산을 다시 되돌릴수 없게 훼손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함도 물론이겠다.
우리는 정부의 가야문화권 개발의 의욕에 기대하면서 그 계획과 사업추진엔 충분한 연구와 신중성이 아울러 긴요함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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