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디젤차, 환경 오염 줄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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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디젤 승용차가 쏟아지고 있다. 푸조가 지난 3월 말 처음 407HDi를 낸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기아차가 프라이드 디젤 모델을 내놨다.

올해 말까지 국산 차 5종, 수입차 10종의 디젤 승용차가 선뵐 예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디젤차는 가솔린 차량보다 연비가 뛰어난데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이산화탄소(CO2)도 덜 배출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한국 지형과 조건에서는 디젤차량이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디젤차는 환경친화적인가=유럽에서는 디젤차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이산화탄소를 상대적으로 덜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차'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유럽에서 등록된 승용차의 49%가 디젤차량일 정도다.

푸조를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는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사장은 "관광산업이 주종인 오스트리아의 경우 승용차의 80%가 디젤차일 정도"라며 "배출가스 허용 기준이 계속 강화되면서 이산화탄소 외에 다른 배기가스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세 먼지나 탄화수소 등 일반적인 배기가스는 디젤차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들은 '디젤차량이 인기가 높은 유럽지역은 평지가 많고 단위 면적 당 차량 대수가 적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상훈 정책실장은 "한국은 유럽과 달리 도심에 차량이 밀집돼 있고 도시는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며"각종 병을 유발하는 탄화수소와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모여 인체에 해롭다"고 말했다. 디젤차에서 많이 나오는 탄화수소는 암을, 미세먼지는 천식과 기관지염을 각각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 천연가스는 무공해인가=무공해차라고 주장하는 천연가스차량도 따져보면 무공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기후협약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디젤엔진을 장착한 버스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가별 이산화탄소 규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근 늘어나는 천연가스(CNG)버스는 시대에 역행하는 셈이다. 정부는 2000년 6월부터 월드컵(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도시를 중심으로 디젤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4월 말 현재 천연가스 버스는 6803대에 이르며 2010년까지 2만1990대까지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천연가스 차량협회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완전연소에 가까운 연료"라며"미세먼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탄화수소와 질소화합물.일산화탄소 등 일반적인 배기가스가 디젤차량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단점이라면 연료탱크가 커서 아직은 대형차량에만 천연가스엔진을 쓸 수 있다는 것과 충전소가 부족해 연료를 재충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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