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부 전셋값도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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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른 경기도 용인 수지지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표를 한 주민이 바라보고 있다.

주부 김모(40)씨는 6일 경기도 용인 수지 일대에 3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전셋값이 올 들어 3000만원,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뛴 데다 전세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를 구하려는 대기자들이 중개업소마다 3~4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발 역풍에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수도권 남부지역의 전세시장도 심상치 않다. 경기도 용인.의왕.화성.수원.안양.군포 일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한 달 새 최고 2000만원 올랐다.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든 반면, 교통 조건이 좋아져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재건축과 택지개발지구 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린 때문이다. 의왕 등 일부 지역은 전세 물건이 모자라 중개업소 간 매물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8일 현재 용인.의왕.수원.안양.군포 일대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4.41~16.9% 올라 수도권 평균(3.79%)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가운데 용인과 화성은 한 달 전보다 2.90%, 3.21%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 죽전지구 아이파크 32평형 전셋값은 1억6500만~1억8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만원,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뛰었다. 인근 이화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분당선 보정역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좋아져 이쪽을 원하는 세입자가 많아졌는데 올해 용인에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의 올해 입주량은 6492가구로 지난해(3만4444가구)의 18%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지난해 말보다 3만3000여 명 증가(5.2%)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흥읍 신갈.구갈지구 일대도 한두 달 전보다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 올랐다. 윤행만 공인중개사는 "죽전과 수지 일대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싼 집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의왕.안양.군포 일대 전셋값도 초강세다. 과천과 의왕 일대 7000여 가구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를 본격화하면서 세입자 등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때문이다. 의왕시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 34평형은 1억8000만~1억85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0만~1000만원 뛰었다. 안양시 비산동 뉴타운 삼호 4차 32평형도 같은 기간 1000만원 오른 1억2500만원 선이다.

의왕의 B공인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이후 분양할 알짜 택지지구인 청계, 포일2지구 내 지역 우선 청약자격(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얻기 위해 이사 오는 사람까지 겹치면서 매물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중개업소마다 전세 대기자가 5~10명씩 되다 보니 매물이 나오는 즉시 거래된다"고 전했다.

화성.수원 전셋값도 뜀박질하고 있다. 화성시 태안 신창 1차 33평형은 1억500만원, 수원시 영통지구 삼성 태영 32평형은 1억45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영통지구 부동산랜드 이건우 사장은 "인근에 새 아파트 입주가 많지 않은 데다 용인 서천.흥덕개발지구 원주민.세입자(900여 가구)들이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수도권 남부지역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인 불안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내년 용인 동백지구 등 대규모 택지지구 입주가 시작되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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