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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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42)와 앤젤리나 졸리(30).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스타인 동시에 요즘 파파라치들이 군침 삼키는 최고의 표적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무 상관없던 그들 유부남과 이혼녀를 연분홍빛 염문에 빠뜨린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개봉(17일)을 앞두고 피트와 졸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 모니카 해변에 있는 셔터즈 온 더 비치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권태기에 빠진 킬러 부부를 다룬 로맨틱 액션 코미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존 스미스와 제인 스미스로 나온 그들은 최근의 염문설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장에서 덕 리먼 감독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앉았다. 그러나 상대방 질문에 불쑥 끼어들어 대신 말하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서로 오래 눈을 맞추는 등 보통 이상의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스캔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두 사람에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피트의 캐주얼한 감색 가죽 점퍼와 청바지, 졸리의 가슴 깊게 파인 검은색 반소매 원피스만큼이나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이 영화를 계기로 비슷한 인생관을 나누게 된 게 더 의미 있는 일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결혼관과 이상, 그리고 상대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닮을 수는 없었을 테니-.

◆ "저희 사이에 놓인 커다란 벽이 갈수록 높아져요. 그걸 뭐라고 하죠." "결혼이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중에서)

-결혼 5년차, 아니 6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권태기에 빠진 스미스 부부에게 결혼이란 '벽'의 다른 말. '누구나 하나쯤은'이란 생각에 킬러라는 사실조차 비밀로 한다. 시트콤 '프렌즈'의 스타 제니퍼 애니스턴과 이혼 수속 중인 피트,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졸리에게도 결혼은 그저 벽이었을까.

Mr=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영화 속 설정은 결혼에 대한 은유다. 사랑해서 같이 사는 부부도 실은 서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때가 있다. 정직하지 않으면 두 사람을 엮어준 초심을 잃기 쉽고, 다시 돌리기는 더 어렵다. 그런 뜻에서 결혼이란 서로에게 정직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Mrs=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팀워크가 결혼이다. 벽을 쌓고 나만의 공간에 빠져 버리면 배우자와 한 팀이 되는 법을 알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전 남편들과 한 팀이 아니었다. 만약 재혼한다면 진짜 하나가 되고 싶다. 영화가 결혼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 "똑똑하고 섹시하고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이지만 속이 깊어. 진짜 멋진 여자야." "완벽한 신랑감이야."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첫눈에 반한 존과 제인, 그들은 친구들의 충고를 흘려들은 듯 6주 만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되기로 한다. 촬영 전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두 사람도 첫눈에 끌렸을까.

Mr=졸리는 멋진 여자다. 매우 지적이고 논쟁을 좋아해 촬영 내내 끝도 없이 얘기를 했다. 애초 니콜 키드먼이 제인 역에 거론됐으나 졸리야말로 나와 부부로 보일 수 있을 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다.

Mrs=피트는 재밌는 사람이다. 좀 덜렁거리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존 스미스 자체다. 또 영화처럼 실제로 무기를 잘 다루고 액션 연기에도 뛰어나다. 촬영 중 루머가 터져 파파라치에게 쫓기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피트와 일하는 건 항상 편했다.

◆ 이상(理想)에 대하여=영화 속 부부의 임무는 사람을 죽이는 것. 하지만 현실의 그들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몇 년 전부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명예대사로 난민구호에 앞장서 온 졸리. 사회에 무심했던 피트마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에이즈.빈곤 퇴치에 노력하는 미국단체 '더 원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Mr=에이즈 예방 홍보대사로 지난해 아프리카를 방문해 넬슨 만델라를 만나기도 했다. 정작 관심이 몰려야 할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라 진실과 거리가 먼 내 사생활이 주목받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Mrs=UNHCR 명예대사로 구호활동을 한다는 건 내게 행운이다. 일을 하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됐다.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유엔 활동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꼭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

샌타 모니카(미 캘리포니아주)=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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