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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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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 W빌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원들이 대형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 박스에서 나와 망루로 진입하고 있다. 오산=김성룡 기자

진압 오산 철거민 농성 54일 만에 끝나

지난 4월 철거 용역업체 직원 한 명이 숨지는 등 54일 동안 끌어온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사태가 8일 경찰 진압작전 10여 분 만에 불상사 없이 끝났다.

경찰은 농성 현장에서 철거민 29명을 연행하고 오산 철거민 연합회장 김모(41)씨와 서울 상도동 철거민 연합회장 정모(58)씨 등 1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경찰특공대와 전.의경 등 2500명을 동원해 진입작전을 준비했다. 또 대형 크레인(77m) 2대를 비롯해 소방차 13대, 굴절차량.물대포 등 20여 가지 진압 장비를 배치했다.

철거민들의 우발적 행동에 대비해 매트리스 40개와 그물망 50개, 응급차 등을 준비한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농성 현장으로 접근했다. 전경들이 매트리스를 깔기 위해 다가서자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다. 일부 철거민은 새총으로 골프공을 쏘며 저항했다. 철거민들은 준비한 폐타이어와 각종 폐가구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10분쯤 대형 크레인에 컨테이너 박스를 매달아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W빌라 옥상으로 접근시켰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경찰특공대 4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특공대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진입하자 철거민들은 벽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10여 분 만에 진압됐다. 경찰은 농성 현장에서 사제총 한 정과 시너 및 휘발유.골프공 등을 수거했다.

오산=정찬민.강병철 기자 <chanm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처벌 폴리스 라인 침범 혐의 2명 입건

경찰이 지난달부터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의 폴리스 라인(질서 유지선) 침범 행위를 '공권력 권위 회복'차원에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처음으로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집회 참석자 2명을 입건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8일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국빈민연합 조직국장 장모(35)씨와 회원 추모(41)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행사를 주관한 빈민연합 공동의장 이모(56)씨 등 6명에 대해서도 폴리스 라인 침범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장씨 등은 지난 4월 27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전국빈민대회 때 여경 20여 명이 들고 있던 노란색 폴리스 라인을 5m 가량 뒤로 밀어내고 서울시청 쪽으로 가두행진을 시도한 혐의다.

현행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나 시위를 보호하고 질서 유지 및 교통 소통을 위해 경찰서장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사람을 6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달 1일부터 '폴리스 라인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폴리스 라인을 지키는 것이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를 만드는 첫 단계"라며 "폴리스 라인을 훼손하거나 제거한 사람들은 전담 수사반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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