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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건강시리즈|장수합시다|천수는 140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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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로장수를 희망하는 인간의 꿈은 실현될 수 없는가.
좀 허황된 얘기지만 한나라의 동방삭은 3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보다 더 근거를 갖는 얘기로는 창세기에 나오는 「무드셀라」의 9백69살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를 살아야 인간이 천수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거북은 1백50년>
소련인 의학자「보고모레테스」는 통계적인 관찰을 통해『생물은 성숙기가 빠를수록 그만큼 빨리 죽는다. 그리고 수명은 보통 성장기의 5∼6배에 달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있다.
지난 80년 미국 국립 아르곤연구소의「조지·샤케르」박사는 수명이 3년인 쥐에서부터 1백50년 이상을 사는 거북, 코끼리에 이르는 85종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수명을 분석한 결과 『수명과 체중에서 뇌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례한다』는 학설을 발표, 뇌가 몸무게에 비해 무거운 편인 사람의 장수 가능성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남자의 성장기가 대략 20세, 여자가 23세라고 본다면 1백∼1백40세가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이라고.
이 같은 인간의 천수를 받은 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 중의 첫째는 질병이다. 질병이 천수의 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질병의 정복만으로 곧바로 누구나 천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심장맥관계의 병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해도 6∼7년 정도, 암이 정복된다고 해도 겨우 2∼3년의 평균수명이 연장될 뿐이다.
1930년 이후 각종백신과 항생물질의 등장은 과거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의 수명을 어느 정도 연장시켜온 것은 사실이다. 15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1을 멸망케 했던 페스트가 정복됐고 천연두라고 이름 붙였던 역병은 이제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기록엔 논란 많아>
그러나 실제로 사적이 발견되는 석기시대이후로 인간의 절대수명이 크게 달라졌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껏 수많은 질병들이 극복됨에 따라 유아사망률이 줄면서 평균연령이 증가되고 있는 것만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질병이외에도「생체적인 노화」현상, 노화에 관련된 환경요인, 생활습관, 영양결핍 등이 천수를 깎아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경요인만 해도 환경과 자연적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이미 기원 3백년 전에 의성「히포크라테스」가 제창한 것.
근래에 붐을 이루고있는 자연식품이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은 자연에 순응하여 그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무시한 채 도시화·산업화·공업화로 인한 오염된 생활환경 속에서 어떻게「육체적·정신적·사회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연을 보존하자』고 주장하던 환경학자들은『이제 우리는 과학의 힘으로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적정환경을 만들어야만 한다』라는 적극적 환경조성론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최장수기록은『「리·충·원」(l680년생)이 2백56세로 사망했다』는 북경발 어느 통신사의 보도가 1933년5월5일에 있었고, 그 다음은 소련이 주장하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쉬라리·미스리모프」로 1805년3월26일 출생하여 1973년9월2일 1백68세로 사망했다는 것.
노르웨이의 스타반게르에서 1626년에 출생한「크리스티안·야콥센·드라켄베리」는 1772년10월9일 1백42세 3백26일을 살았다고 발표되었다. 근래에 이러한 기록에 대한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나 인간수영에 대한 진기한 기록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나라의 경우 82년 현재 1백3O세로 확인되는 김진화할머니 같은 경우가 있지만 아직 1백50세가 넘었다는 기록은 없다.
한국노년학회 회장 허정박사(서울대보건대학원장)에 따르면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생각되는 이조의 왕들도 결코 장수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조실록에 나타난 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 최장수기록으로 영조가 83세고 다음으로 태조가 74세였다. 왕후의 평균수명은 48세였고, 왕으로는 가장 단명했던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가 82세로 최장수자였다.
결국 이론상의 천수는 고사하고, 1백세에 이르지도 못하고 대부분이 생을 끝마쳐야하는 현대에서는 육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적극적 생활기간의 연장을 위해 이러한 마이너스적인 요인들을 하나하나 줄여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흡사 미로 속을 헤쳐나가는 게임처럼 질병·환경·생활습관·유전적 요소 등 모든 것이 한번의 오차도 없이 좋은 쪽으로 가야만 천수라는 골인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아직까지는 중간에 암이라는 미로로 접어들면 돌이킬 수 없게되며, 비만·흡연·폭음· 공해 등의 미로에 빠졌다가 나오면 골인지점까지 갈 여력이 남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장수여부가 미로게임과 다른 것은 미로게임에서는 끝까지 가보아야만 그것이 막다른 골목인 것을 알 수 있지만, 장수문제는 너무나도 많은 경험들이 이미 제시되어있어 미리 조심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인이 천수의 적과 얼마만큼 맞닥뜨리지 않도록 노력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결정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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