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중앙일보가 펼치는「겨레 시」짓기 운동|<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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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해 들어 첫 번째 대하는 지면이다. 중앙시조 가족 여러분 모두 만복 누리시기를 빈다.
올해는 임 술년, 「임 술년 가을 칠월 열 엿 새에…」로 시작되는 소동 파의『적벽부』가 생각난다. 글의 형식은 다르지만 그런 불후의 명작이 우리 중앙시조의 지면에서 찬란한 빛을 발했으면 하는 기대도 걸어 본다.
『복 많이 받으세요』는 이런 선 자의 심정을 대신해 줄 듯해서 머리에 실었다. 까치의 울음소리를 새해의 덕담으로 인용한 착상이 재미있어 취한 것이다. 그러나 초장과 중장에 기교를 너무 써서 도리어 상념이 흐려져 있었으므로 약간 손을 대서 단순화해 보았다. 이런 종장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단순 소박한 게 더 나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한강』도 새해의 상서로운 축복을 담은 내용이다. 마치 그림의 제시와도 같다.「임 술년 새해 아침을/한강이 흐른다」에서 웅혼한 스케일을 느끼게 했다.
『세밑』의 호소력은 이 작자의 역량을 말해 주는 듯해서 즐겁다. 시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감동적 요소가 따르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인데 「세모를 맞는 빙상의 가장」이란 현실적 상황이 이미 설득력을 안고 있는데 다 적절한 표현 능력을 만나 생동하게 된 것이다. 「쥐 벌이」란 말이 있는지는 다시 확인해 봤으면 한다.
『제야에』로써 송년 시 한편을 더해 보았다. 초장의 재치 있는 기 필을 후속구가 잘 감당해 냈더라면 썩 훌륭한 한 수를 이루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이다.
『해삼장수』는 통근 길에 목격한 한 촌극인 듯. 촌극인 만큼 가벼운 터치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다룬 것이 작품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스틸 폴」은「스틸로 폴」을 말하는 것이겠는데 음수가 3음을 초과해서 무리를 한 듯하다. 실재로 눈에 보인 것이 스틸로 폴 제품이었다고 해서 꼭 그리 적어야만 된다는 법은 없다. 쓰임이 불편하다고 해서 소중한 말을 기형화시키는 것은 글쓰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턱걸이』는 생활시조의 한 표본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소박 진실한 생활의 한 단면을 소박 진실한 그대로 시조의 격식에 맞게 쓰는 것이 곧 생활 시조의 본령이다. 우리 고시조가 바로 그런 것 아니었던가.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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