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두 번째… 수양의 기회로 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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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와이대 가는 것, 그것 대단한 일 아닙니다. 큰 일 하러가는 것 아니고 물론 뉴스도 될 수 없어요.』
패씨는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한사코 그 얘기는 간단히 마무리짓자고 다짐했다.
하와이대학 초청으로 극동언어학과서 「한국전승문화」를 강의하기 위해 시인 구상씨(64·본명 구상준)는 오는 23일 현지로 떠난다. 같은 내용의 강좌를 70년 4월부터 4년가까이 같은 대학에서 맡았었기 때문에 이번이 두번째 걸음이다. 「한국 전승문화」강좌는 우리고유의 신화에서부터 무속·해학·세시풍속·문학·미술·음악등이 망라된 광범위한 내용이다.
구씨는 이 강좌내용을 15장으로 나누어 집필중인데 지금까지 완성된 것이 10장, 나머지 5장은 이번 1년 가 있는 동안에 완성할 예정.
이것이 모두 완성되면 2백자 원고지 1천5백장의 단단한 분량이다. 이 집필은 영어로도 10장까지 번역되어 있다. 『잠깐 자기시간을 갖기 위해 수양의 기회로 알고 떠날 뿐』이라고 강조, 『그렇게 떠들만한 일이 못된다』 고 또 한차례 말했다.
구씨댁 거실엔 10호남짓한 이당의『신선도』한폭이 걸려 있다. 70년대초 구씨가 바로 하와이대 객윈교수로 있을 때 그곳을 들른 이당이 그려 선물한 그림이다.「노여적송」이란 화제가 있는데 구씨 역시도 신선도의 인물이나 화제처럼 「맑은 늙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1919년 함남원산서 출생, 41년 일본대종교과를 졸업한 구씨는 영남일보편집국장·주필 (53년), 서울대·서강대강사 (58∼60년), 경향신문논설위원(61년)등을 역임했으며 서울시문화상(56년)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중앙대교수. 저서엔 『초토의 시』『구상문학선』『민주고발』 『심언부언』 『그분이 홀로서 가듯』『까마귀』 등이 있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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