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안보협의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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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일 3각방위체제라는 개념이 우리들에게는 어느새 하나의 실상처럼 생각되어온 지 오래다. 우리가 그런 착각을 한 것은 한국안보에 관한 우리의 「희망적」인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세나라, 특히 한미두나라 지도자들이 역설한 공동방위노력의 구호공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일간에 한반도정세에 관한 인식에 큰 거리가 있어왔고, 그래서 안보경협문제도 일본이 내세우는 명분론에 발이 묶여왔던 현실은 삼각협력체제가 하나의 허상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삼각협력의 개념을 결정적으로 허상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안보의 직접 당사자들이고, 한반도의 유사시에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개입이 불가피한 미국과 일본이오늘까지도 이 지역에 대한 방위협력의 체제를 갖고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령 내일 당장 북괴가 무력남침을 강행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이 수방기지로서의 일본을 어떻게, 어느 정도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며, 유엔의 깃발이 없는 미군의 한국작전에 일본이 어느 정도의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난8일 동경의 미일안보협의회의에서 두나라가 처음으로 동북아시아정세, 한반도에 상존하는 긴장상태에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을 반갑게 생각하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정세에 관한 인식의 접근을 바탕으로 미일 두나라는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동대처할 방법을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미국측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북괴의 군사력이 한국의 군사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본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경제적지원을 하도록 촉구했다.
내주의 한일실무자교섭의 시각과 앞당겨질 한일외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관심을 일깨우고 일본의 「사꾸라우찌」(앵내의웅)외상과 「이또」 (이등종일낭)방위청장관이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이 지역의 안보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맨스필드」 주일미국대사가 미국은 세계전략상 군사력의 분산이 불가피할 것이고 따라서 일본은 아시아안보에 기여해야한다고 역설한 대목에서 일본사람들은 깊이 깨우친바가 있었을 것으로 안다.
미국이 지켜야할 지역은 동북아시아만이 아니다. 중동이나 페르시아만 같은 만성적인 긴장지대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태평양함대의 상당부분이 그쪽으로 빠지고 이지역에는 군사력의 공백이 남게된다.
지난해 12윌21일「와인버거」미국방장관이 NHK와의 의견에서 일본이 일본해안선 1천마일밖까지의 해상을 방위할 군사력을 갖추라고 촉구한 것도「맨스필드」대사의 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페르시아만, 인도양 모든 태평양의 파고가 높아질 때 소련극동함대가 볼라디보스트크기지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네개의 해로를 차단하는 일과 태평양해로의 북단을 지키는 일이 일본의 어깨 위에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연말 올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방위비를 대장생원안 6·5%보다 훨씬 많은 7·25%, 2조5천8백61억엔으로 잡은 것은 미국의 집요한 압력에 신축성을 보인 태도로 평가할 만 하다.
그래도 GNP대비로는 아직 0·933%로 미국의 5, 소련의 11, 중공의 10%에 비하면 너무 「성의 없는 액수」라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일본이 대한경협문제에서는 명분론을 후퇴시키고 미일안보회의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지역의 안보를 위해 미국과 공동전략을 처음으로 연구하기로 한 것은 일본자신과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 반가운 일이다. 이런 일이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라는 개념을 보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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