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 5%이상 상장사 올들어 14개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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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상장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주요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입김이 세지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번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SK㈜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최대주주로 떠오른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간여하기 시작하면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어떤 주식에 눈독 들이나=증권거래법상 외국인들이 지분을 대량 보유(5% 이상)한 상장사는 지난 25일 현재 모두 96개사로 집계됐다. 상장사 일곱개 중 하나꼴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14개사(17.07%)가 늘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인 주식은 대형우량주와 저가주다. 외국인의 지분 참여가 늘어난 기업들의 업종은 다양하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한국콜마 지분을 11.2%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계 펀드인 JF자산운용은 신세계(5.2%).대구백화점(5.0%).광주신세계백화점(5.0%) 등 우량 내수주에 골고루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유력 투자회사인 캐피털그룹은 LG카드(7.4%).한국가스공사(5.1%)주식을, 모건스탠리딘위터 투자관리회사는 대신증권(7.5%).LG생활건강(5.0%)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 지분율 높은 간판주들=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중 삼성전자.SK텔레콤.POSCO 등 9개사는 외국인 지분율(25일 기준)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업종과 종목이 비교적 다양하고, 최근 기업가치와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일부 우량주에 대해 외국인 지분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지나치면 정부 정책의 약발이 안 먹히고, 증시 움직임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지분 늘리나=최근 증시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외국인들이 일부 종목의 지분을 늘리는 주된 이유는 주가가 싸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큰 우량주들을 값이 쌀 때 미리 사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매집이 단순한 수익률을 높이려는 의도만은 아닐 수도 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상 주식매집이 '기업사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M&A컨설팅부 박병찬 차장은 "수익을 위해 주식을 샀다가 경영진이 배당요구 등을 안들어주면 경영간여 쪽으로 방향을 틀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경영개입은 ▶이사선임▶계열사지원 자제 요구▶배당금 증액▶부실사업부문 정리요구 등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M&A팀 이상현 과장은 "최근 기업투명성 개선을 통한 수익창출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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