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대선報恩' 발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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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7일 저녁 부인 권양숙(權良淑)여사와 함께 불쑥 서울 동숭동 대학로를 찾았다. 노사모 회장으로 활약하며 '盧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이었던 명계남(明桂南)씨 주연의 연극 '늘근 도둑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노사모를 탈퇴한 明씨의 연극 복귀 무대였고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이 "좋더라"며 盧대통령의 관람을 권했다고 한다.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부부와 함께 간 盧대통령은 막이 내린 뒤 明씨와 함께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생맥주나 한잔"하자고 했으나 경호상의 이유로 무산됐다.

자신을 도와준 은인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챙겨주기는 최근 盧대통령을 읽는 하나의 코드로 비춰지고 있다. 明씨와 함께 노사모를 이끌었던 문성근(文盛瑾)씨에겐 당초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제의했으나 文씨가 고사했다.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던 지난 24일의 고양 덕양갑 재선거에선 盧대통령의 대선 원군(援軍)이었던 개혁국민당의 유시민(柳時敏)후보가 결국 금배지를 달았다. 이 과정에서 盧대통령과 가까운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이 柳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음은 물론이다.

한 대통령참모는 "盧대통령이 가끔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어려웠을 때 도와준 사람들을 떠올릴 때"라고 말했다.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총재의 대북밀사설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JP는 대선 때 끝까지 중립을 지켜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의 '이회창(李會昌)후보 지지'에 제동을 걸었다.

盧대통령은 지인들의 특보임명과 관련해서는 내부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그대로 밀고 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은 자신과 그들의 소중한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은인 챙기기'가 자칫 '편가르기'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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