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살인더위' 극복 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5월 31일 서울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쿠웨이트까지. 특히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 때문에 '죽음의 원정'으로까지 불리는 일정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걱정되는 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다. 대부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표팀 팀닥터인 임영진(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선수들에게 살인적인 무더위를 이겨내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 주문을 하고 있다. 첫째가 식사량을 70~80%로 줄이라는 것. 더위 때문에 소화기능이 평소보다 떨어지고, 운동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메뉴도 맵고 짠 찌개류보다 생선찜 같은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고 권유했다.

둘째로 임 교수는 실내온도를 최대한 높이라고 주문했다. 바깥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덥기 때문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면 실내외 기온차로 인해 우선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뜨거운 경기장에 나가면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셋째는 입안 가글을 수시로 하라는 것. 쿠웨이트시티가 하늘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모래바람이 심한 곳이어서 훈련이나 외출 때 모래 가루가 입안으로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임 교수는 또 무더위 속에서 비오듯 땀을 흘려야 하는 선수들인 만큼 훈련 때도 10분 간격으로 생수를 마셔 탈수를 예방하라는 주문이다. 임 교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링거까지 준비해 왔지만 아직 부상이나 심각한 컨디션 저하를 보이는 선수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시티=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