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증시…천천히 천천히 1000 가는 길 '매물벽에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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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증시가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두터운 매물벽이 눈앞에 있어 이를 뚫기 위해선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초 증시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시점을 전후해 대량으로 거래됐던 주식들이 슬슬 본전을 회복하고 있는 데 따른 진단이다. 이들 주식이 곧 대기 매물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적잖은 매도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신규 매수 주문이 대거 유입돼 손바뀜이 활발히 이뤄지거나, 뭔가 대형 호재가 터져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거래 흐름으로 봐선 이를 기대하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만만찮은 매물벽=지난 3월까지도 거래소.코스닥 시장은 급등세에 힘입어 주식 거래대금 및 거래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만 해도 2조3000억원대에 머물던 거래소시장의 일평균 거대대금은 2~3월에 3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올들어 최근까지 총 거래대금의 28%가량이 종합주가지수 970~1000포인트 구간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구간에 쏠린 거래대금만 약 70조6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900초.중반대의 박스권을 맴돌았을 때의 거래대금 비중은 대부분 10% 후반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지수 1000 안팎에서 거래가 급증했던 것은 1000시대 안착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 지수가 올들어 거래량의 23.8%가 누적돼 있는 460~480선 언저리에 걸쳐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거래대금 주목해야=증시가 매물벽을 뛰어넘기 위해선 주가지수 상승 못지 않게 거래대금 규모가 연초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거래소 시장의 경우 거래대금은 지난 3월7일 3조971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뒷걸음쳐 급기야 지난달 26일엔 1조6541억원까지 줄었다. 다행히 이달 들어선 1조8000억원대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수석연구원은 "최근 거래소 시장의 거래대금은 연중 최고치 대비 60%가까이 줄어든 상태"라며 "증시가 기술적 반등을 넘어 계속 오르기 위해선 거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이달 들어 외국인이 대만시장에서의 비중 확대 작업을 마무리한 뒤 매수 전략으로 돌아선데다 해외 뮤추얼펀드의 유입도 늘고 있다"며 "본격 매수에 나설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중립 이상의 전략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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