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로부터 건네 받은 평론응모 원고는 모두 16편이다.
거의 모두 1백장 안팎에 이르는 공들인 글들이다. 태반이 작가론이고 장르에 대한 고찰이나 우리 문학의 당면 과제를 검토할 원칙론 적인 글도 몇 편 된다.
전반적인 수준의 괄목할 만한 향상이 뚜렷한 특징으로 드러나 있다.
형태상으로 본다면 참고사항을 꼼꼼히 찾아본 각주 달린 논문 투가 많다.
그러나 그런 흐름의 글일수록 문제점도 적지 않이 안고 있다.
심층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그 어휘를 사용하여 작품분석을 시도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각별한 엄밀성이 요청된다.
어리 무던히 엇비슷하다고 해서 엄밀성 없이 그 어휘를 적응할 때 그 결과 또한 정확성 없는 모호함으로 그치고 만다.
기호학적 접근을 시도한 몇 편의 경우에도 이 말은 해당된다.
부흥 적 원천을 근거로 해서 분석을 시도하는 것도 모험이지만 그 결과가 작품의 해명보다도 혼란스러운 분해로 그친다면 당초의 목적이 모호해진다.
「최인훈 론」은 논리전개는 무던하나 작중인물의 단편적인 발언을 그대로 작가의 것으로 확대해석해서 재단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 생각된다.
또 문학외적 분야의 어휘일수록 유연하고 섬세하게 작품 속에 적용해야 의미 있는 비평발언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사 적 기개와 미학주의의 갈등」은 차근차근한 논리전개가 안심이 되나 주변적 신변사실 등을 들어서 시인의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 안이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난해한 작품의 해명이 미흡하다.
「한의 맺힘과 풀림」은 야 심이라는 면에서는 극히 소심하다.
한 새로운 시인의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는 일종의 비평적 전진 성이 귀하게 생각된다.
그러나 글 전체가 이해를 위한 기초적 노력 속에 멈춰 있어 탐구의 치열함을 기대하는 뜻에서 가작으로 하였다.
모든 글이 다 그렇지만 평론에 있어서도 자기다운 목소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실망한 모든 분들에게 덧붙이고 싶다.
유종호<문학평론가·이대교수>문학평론가·이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