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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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선 가두의 인상이 바뀔 것 같다. 검은 제복의 행렬이 사라진 길거리는 한결 밝아질 것이다.
학생들의 제복은 우리나라만의 풍물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대만에서도 볼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외국인들은 길을 걷다가 때로는 놀라는 수도 있다. 군인들이 열을 지어 가거나,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는 광경이 그것이다. 그러나 카키색의 복장을 한 이 젊은이들은 군인이 아니라 중·고교학생들이다.
일본은 역시 검은 교복을 입었지만 우리와는 다르다. 교모도 없고 머리도 길러서 한결 숨통이 터진 느낌이 든다.
우리학생들은 안된 얘기지만 박박 깎은 머리에 국적도 없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우선 숨이 막힌다. 필경 외국인들이 이 학생들의 행렬을 보면 무슨 기리한 풍속으로 생각할 것 같다.
흑색·감인 (감색)·갈색 (갈색)·회색. 이것은 바로 동절교복의 색상이다. 그것도 여학생의 경우에나 감·갈·회색의 선택이 주어질 뿐, 남학생은 흑색일색이다. 검은 색은 경제적인 색깔일지는 몰라도 봉건적이고, 침울하고, 어두운 인상을 준다.
구미학생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학교엘 갈까. 제복은 없다지만, 길거리의 행인 둘중에서 학생을 가려내기는 어렵지 않다. 겨울이면 터틀 네크 스웨터에 Y셔츠 깃을 내놓은 복장을 하고, 허리띠같은 벨트에 열십자로 책을 묶어 들고 다닌다.
불루진도 즐겨 입는 편이지만 유럽의 경우는 국민교나 중학생정도가 그런 복장이다.
학생들의 정장같은 패션도 있기는 있다. 회색바지에 감색더블재킷을 입고, 그속엔 역시 스웨터를 껴입는다. 한여름에도 기온의 차가 심한 유럽은 스웨터복장의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한가지 부문의 터부가 있다. 알록달록한 옷을 걸친 학생른 남자도 여자도 없다. 그렇다고 원색일색도 물론 아니다. 온화한 중간색이, 이를테면 그 고장의 주니어 컬러다.
우리나라도 이제 교복이 사라지면 주니어 패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패션에는 몇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재질. 질기고 값싼 복지개발이 있어야할 것이다. 종래의 학생복지들도 옷감만은 좋은 편이었다.
둘째 색상.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활달하고 밝고, 유연하며, 더러움을 덜타는 색깔을 고안해내야할 것이다. 컬러디자이너 들의 아이디어가 기대된다. 우리사회의 인상과도 관계되는 중요한 과제다.
세째 디자인. 활동이 자유스럽고 디자인이 단조로운 패션이 바람직하다. 학생이라는 신분도 잊어버릴 수 없다.
이런 패션은 개성과 창의성과 활달(활달)의 조화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내년봄 우리 아들·딸들의 활기찬 모습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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