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개발 역풍] 上. 판교 주변 얼마나 올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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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중인 판교 신도시가 분당 등 주변 집값을 부채질하는 진원지로 몰리고 있다.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안정돼야 하는데도 오히려 신도시로 인해 집값이 뛰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판교 개발의 역풍(집값 상승)은 올들어 분당·용인을 거쳐 과천·평촌·수원·의왕 등 경기 남부지역 주요 도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급기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판교 신도시가 집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의 부작용만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판교가 부추기는 집 값 상승의 실태와 그 원인, 신도시로 집 값을 잡는 방안 등을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1 "요즘 판교 주변은 패닉(공황) 수준이다. 기대감이 기대감을 낳으면서 판교 분양 때까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철칙처럼 굳어졌다."(분당 야탑동 D공인 관계자)

판교 주변 집값 상승은 지난 2월 분당 신도시가 불을 지폈다. 판교 40평대 이상 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값이 뛰자 분당도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분당은 1월 초까지만 해도 집값이 제자리 걸음이었고 급매물도 많았다.

서현동 D공인 관계자는 "판교 공급 물량이 줄어 당첨 확률은 낮아지고, 분양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주인들이 팔려는 값을 경쟁적으로 높였다"고 전했다.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 55평형은 1월 초 7억원 밑에도 매물이 나왔으나 지금은 10억원을 부른다.

매물이 적다 보니 호가 차이가 크다. 분당 정자동의 주상복합아파트 65평형이 매물로 나온 지 두 달 만에 13억원에 최근 거래됐다. 중개업소에 적힌 호가인 15억원보다 2억원 낮은 값이다. 분당 정자동 P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부르는 값이 워낙 높아 실제 거래는 이보다 낮춰야 이뤄진다"고 전했다.

가격 상승 폭에 비해 거래량은 적다. 1829가구인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당구청에 신고된 거래량은 10건이 채 안 된다. 수내동 K공인 관계자는 "사려던 이들이 호가 급등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이달 들어 거래량이 2~5월의 10%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2 "한 달여 전 계약한 아파트는 매도자 측 해약 요구가 빗발칩니다. 집값이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올랐으니까요."

현충일인 6일 용인 죽전택지지구 K중개업소 사장의 말이다. 최근 판교발 역풍으로 이 지역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해약을 해 달라는 주문도 늘고 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일부는 계약금의 두 배나 배상하며 해약한 물건도 있고, 배상 없이 막무가내로 해약을 요구하는 집주인도 많다. 법정 수수료도 못 주겠다고 으름장을 놔 중개인들만 중간에서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구성읍 금풍공인 주종대 사장은 "휴일이지만 구성읍 동아솔레시티 64, 73평형을 계약하기로 해 나왔는데 집주인이 오늘 갑자기 안 팔겠다고 통보해 왔다. 근래 이런 일이 많다"며 한숨을 짓는다.

이런 가운데 동문건설이 지난달 용인 동천동에 분양한 동문굿모닝힐 6차(220가구)의 분양가가 용인지역에선 처음으로 평당 1000만원이 넘는 1097만원에 나왔지만 판교 기대감으로 정식 계약기간에 88%가 팔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용인에 분양될 1만5000여 가구의 분양가도 이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될 가능성이 커져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3 판교 신도시 개발의 바람은 평촌 신도시에까지 불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평촌은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최근 1주일 새 1% 이상 올랐다. 목련마을 우성 7단지 48평형은 지난달 말보다 2000만원 뛰어 6억2000만~7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귀인동 꿈마을 건영3차 49평형은 2월 이후 2억원가량 올라 6억5000만원, 동아 48평형은 같은 기간 2억원이 오른 6억1000만~6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목련마을 D공인 관계자는 "분당 집값이 판교를 재료로 급등하는 것을 본 주민들이 판교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달부터 호가를 비싸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대책 뚫고 급등=올해는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세제를 개편해 처음 시행하는 해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됐다. 정부로서는 판교 주변 집값의 급등세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자칫 정부 정책의 대실패로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2.17 대책을 내놓은 이후 판교 주변 집값이 더욱 급등했다는 점도 정부 당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모든 투기대책이 적용되는 지역에서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분당의 경우 이미 주택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 취득세.등록세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현 정부가 내놓은 세제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대책이 모두 동원되고 있는 지역에서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폭발적으로 상승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수도권 집값이 오를 이유는 없다. 오히려 거품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종수.허귀식.김원배.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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