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방송사·매니지먼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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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타와 방송사, 그리고 스타와 매니지먼트사. 그 파워 게임의 승자는 누굴까.

◆ 자존심 구긴 방송사

'편성권'이란 방송사의 막강한 무기도 스타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MBC의 '못된 사랑' 파문이 단적인 예.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가수 비가 출연 약속을 번복하는 바람에 MBC가 곤경에 빠졌다. 비는 '못된 사랑'제작사인 DNT웍스와 계약하면서 '비의 동의를 얻는 수준의 여배우를 캐스팅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조건에 맞춰 제작사는 고소영을 섭외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비는 발을 뺐고 5월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 제작은 무산됐다. 결국 MBC는 급히 '환생-넥스트'를 자체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DNT웍스는 지난달 뒤늦게 비와 고소영의 캐스팅을 확정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MBC는 "'못된 사랑'은 절대 방영 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소속사도 눈치 슬슬

톱스타 수입의 80~90%는 스타 자신의 몫이다. 소속사는 그들이 거둬들인 수입의 10~20%를 받아 상당 부분은 스타에게 다시 쓴다. 8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밴을 사줘야 하고, 그들이 데리고 온 코디네이터와 로드매니저 월급도 댄다. 스타가 연 10억원 이상 벌지 않으면 소속사는 적자다. 그래도 이 경우는 손익분기점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아예 스타가 수익의 100% 다 갖고 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있다. '보유 가치'를 위해서다. 소속사 신인 배우를 톱스타에 '끼워' 캐스팅 계약을 할 수 있고, 외부 투자를 받기도 유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가 스타 눈치를 볼 수밖에. 오죽하면 한 매니지먼트사 사장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머슴'일까.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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