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떠나 보낸 강아지「데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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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아의 방주 속으로 모든 동물들을 쌍쌍이 들여보내라고 신이 명하셨을 때는 이유가 있었다. 자연의 조화를 위해 였음 이리라.
우리에게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이름은「데니스」-. 하얀 털에 새까만 코, 그리고 동그랗게 치켜 올라간 꽁지가 매우 귀여웠었다. 생긴 값을 하느라 그랬는지「데니스」는 까다로 왔고 버릇이 없었다. 우리의 손길이 귀찮을 때는 서슴없이 사나움을 표시하였으며 음식과 잠자리에 대한 까다로움도 대단했다.
「애주가」라는 뜻이 담겨 있는 이름을 가진 「데니스」는 그 이름대로 멋과 흥이 있었고 또 충성스러웠다. 아침이면 반드시 창가 의자에 올라앉아 봄바람 냄새를 만끽했으며, 밤에는 꼭 달 속에 흡수될 듯한 집중된 정서를 보여 주었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엔 층계 주위를 뺑뺑 돌며 만족해 하는 감정도 갖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일어나는 몇 가지 이유로 어느 날 그 강아지를 정원이 있는 집으로 보내야만 했다. 직장으로 떠나기 직전 나는 예사 때처럼 신발 신는 곳에 앉아 나를 배웅하는「데니스」에게 작별 말을 했다. 너를 알게 된 이 소중한 날들을 늘 고맙게 기억할 것이며 어디를 가든 아름다워 라고-. 어느 누가 내 말을 그토록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을까?
맺어지는 수만 갈래의 인연 중 평범했던 한 갈래-. 금년은 개의 해라고 한다
주고받는 사랑이 어찌 인간에게만 있어야 하겠는가. 신은 우주의 조화를 묘하게 이루어 주셨고 그 속에서 화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며 사랑이리라. 화음하고 싶은 마음에 미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 우주… 어느 형태로 얽혀지더라도 조화는 이루어질 수 있고 화 평이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왠지?
얼마 전 미국에서 있었던 한 사건이 생각난다. 식이요법 책으로 유명해진 한의사를 사랑했던 사립학교 여교장이 살인을 했다. 다른 여인을 만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따지려 했다가 결과는 의사를 총으로 쏘았고 자신은 감옥으로 가게 되었다. 사랑과 미움이 한 찰나 엇바뀌어지면서 그 두 사람 사이의 화음은 산산조각이 났던 것이다.
우리가 매년 햇수를 거듭해 나가는 동안 많은 서약도 했고 많은 실수도 했다. 「칼·샌드버그」가 말했듯이 인생은 양파와 같아서 한 껍질씩 벗겨 나가고 어떤 때는 울기도 한다. 그러나 주어진 아름다운 신의 조화 속에서 화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시기는 내일이 아닌 오늘밖에 없다는 마음자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데니스」를 기억하면서 1982년 개에게 붙여 본다.
조봉옥<주부·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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