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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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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임술년은 12지로 개의 해다. 12지를 상징하는 열두 짐승가운데 사람과 친하기로는 개를 따를 것이 없다.
한자엔 「견」자가 끼어있는 글자들이 많다. 사람이 개와 가까이 생활한 것이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큰「대」자에 점 하나를 찍은「견」자는 옛 상형문자를 보면 꼬리를 세우고 멍멍 짖어대는 형상 그대로다. 점을 꼬리로 생각하고 견자를 들여다보면 정말 개를 닮은 것도 같다.
압(압=친하다), 회(회=간교하다), 광 려 돌 묵 복 헌(헌-바치다)과 같은 한자들은 모두 개의 습성과도 관련이 있다.
옥(옥)과 같은 자는 좌우에 개가 있다. 원고. 피고를 두 마리의 개에 비유, 이들이 다투는(언)것을 감옥에 비유한 옛사람의 유머센스(?)는 기발하다고나 할까.
서양인의 애견사상도 대단하다. 가히 「사상」이란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일국의 대통령이 개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언젠가 미국의「존슨」대통령이 백악관 뜰에서 개의 귀를 잡아당기는 사진이 신문에 나자 세상이 떠들썩했다. 「존슨」 은 그 뒤로는 일부러 개를 쓰다듬는 장면을 연출했었다.
미국 대학생들은 개를 데리고 강의실에도 들어간다. 이마를 찌푸리는 사람도 별로 없다.
교회에도 개와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 어느 짖궂은 사람은 「도그」의 스펠링을 거꾸로 쓰면 신(가드)이 된다는 익살도 부린다.
우리말 사전엔 개를 주구(주구)에 비유한 대목이 있다. 아마 영국에서 이런 사전을 편찬하면 우선 개 애호협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사전의 왕」이라는 옥스퍼드사전(포킷용)을 보면『개란 사냥, 양지기, 문지기등에서 사람의 구실을 대신하며, 사람의 친구이다』고 설명했다. 아마 이런 설명은 세계 어느 사전에서도 다시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영국식으로 말하면「젠틀먼」과 같이「젠틀도그」라고 해야할 형편이다. 영어로 『유, 도그』라면 우리말의 욕설과는 감각이 다르다. 「아첨 잘 하는 친구」정도로 애교(?)가 넘친다.
명작『플랜더즈의 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영국의 여류작가 「위더」의 작품이다. 이 소설속의 개처럼 의리와 충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경 성인에 가까울 것이다.
개는 후각(후각)과 청각에 특히 예민하다. 주인을 알아보고 충성을 하는 것도 바로 그 후각때문이다.
셰퍼드의 경우 후각은 사람의 3천내지 5천배나 된다. 1924년 미국에는「포피」라는 개가 있었다. 이 개는 인디애나주에서 오리건주까지 무려 3천3백km의 거리를 6개월동안 걸어서귀가했다. 신비할 정도의 후각이다. 청각도 사람의 4배나 밝다.
세계적인 명견은 약4백종이나 있다. 그 85%는 영국과 독일이 만들어 낸 개량종들이다.
우리나라 개로는 진도개와 심산유곡속의 풍산개를 명견으로 친다.
개의 해에 할 일이 있다. 「견마지노」 -,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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