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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지역 소비코드는 '나보다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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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분당의 한 백화점에서 소비자들이 매장 입구에 전시된 수입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반면 이 백화점 다른 층에 있는 여성 정장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하다.

경기도 분당은 소비 수준이 높은 지역 중의 하나다. 그러나 모든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외국산 가전과 차량은 강남 못지않게 팔리고 유기농 야채와 와인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지만 유독 백화점의 고가 여성의류.명품의 판매는 저조하다.

5일 성남시 삼성플라자 분당점 지하 1층 가전 매장. 쇼핑객 10여 명이수입 브랜드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승옥 삼성플라자 가전담당 바이어는 "우리 매장에서 팔리는 가전품의 절반 이상은 수입 제품"이라며 "수입가전품을 매장 앞줄에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 백화점 2층 여성 정장 코너. 이곳에는 디자이너.명품 브랜드 의류 20여 개가 몰려 있지만 쇼핑객을 손으로 꼽을 만큼 한산했다. 신세계 이마트 김근만 마케팅팀 과장은 "분당점의 신선식품과 와인 매출은 전국에서 1~2등을 다투지만 의류 매출은 16%로 가장 낮은 편"이라며 "30~40대의 전문직.맞벌이 주부들이 자기를 꾸미는 데는 인색하지만 집이나 차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당에 사는 맞벌이 주부 김민정(30)씨는 "수입 가전 제품으로 집을 새로 꾸몄지만 내가 입을 옷은 최근 1년간 한번도 안 샀다"고 말했다. 이런 분당상권의 소비성향에 힘입어 BMW.도요타.메르세데스 벤츠 등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는 분당에서 힘을 내고 있다.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도요타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5%를 분당에서 올렸다. 분당인구의 10배가 넘는 부산(10%)보다 높다. 폴크스바겐도 분당 지역 월 매출이 서울 강남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입 가전의 새 승부처 역시 분당이다. 독일 가전브랜드 밀레의 윤일숙 마케팅팀 과장은 "분당 지역 매출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할인점은 와인 판촉에 팔을 걷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분당 수내점에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50평)의 와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다른 할인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00여 종류의 와인을 팔고 있다. 이마트 점포 중 처음으로 와인전문숍을 연 분당점의 와인 매출 비중은 전체 주류 판매액의 17%로 다른 지역(7~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러나 삼성플라자 분당점의 여성 명품 매출은 전체의 5%선이다. 서울 강남권 백화점의 경우 이 부문 매출이 전체의 15~23% 수준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의류 매장은 힘을 못쓰지만 중저가 의류와 수입 어린이 옷은 잘 팔린다"며 분당상권의 특이성을 설명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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