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타선 축포로 '100승 찬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리언특급'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대망의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을 거뒀다. 박찬호는 5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동안 11안타를 내주며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19안타를 터뜨리며 14점을 뽑아준 타선지원에 힘입어 승리를 추가, 시즌 6승(1패)을 기록하며 통산 100승(73패)투수가 됐다. 지난 1996년 4월7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거둔 이래 약 9년2개월만이다.

11-4로 크게 앞선 5회말, 박찬호는 마운드에 오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모자를 고쳐썼다. 아웃카운트 세개면 승리투수조건을 얻게 되는 순간. 7점차의 리드를 감안하면 승리는 이미 레인저스의 것이었고 100승도 따논 당상이었다.

두명의 타자는 순탄했다. 1루땅볼과 유격수땅볼. 이제 한타자가 남았다. 그러나 1승부터 99승까지가 쉽지 않았던 것 처럼 마지막 한 타자를 남겨놓고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매트 스테어스에게 볼넷을 내준 박찬호는 에밀 브라운에게 중전안타, 테렌스 롱에게 1루쪽 내야안타를 내주고 2사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캔자스시티 카푸먼스타디움에 모인 관중들이 홈팀의 찬스에 환호하는 가운데 레인저스 불펜에서 구원투수 론 메이헤이가 대기하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마크 티헌 타석을 앞두고 오럴 허샤이저 투수코치가 나와 박찬호를 다독였다.그도 박찬호가 100승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고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그렇게 100번째 계단에 발을 올려 놓으려는 순간, 티헌은 풀카운트 접전끝에 중전안타를 때려내 박찬호를 세차게 흔들었다. 추가 2실점. 한타자를 남기고 자칫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됐다.

그러나 박찬호는 마지막 순간 알베르토 카스티요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스코어는 11-6.박찬호의 100승을 확정지어주기 충분한 점수였다. 레인저스는 결국 14-9로 이겼다.

박찬호는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만족할 수 없는 투구내용에 풀이 죽은듯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서는 순간, 동료 크리스 영이 가장 먼저 다가와 100승을 축하하는 하이 파이브를 건넸고 다른 동료들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시원하게 이기지 못했지만 충분히 축하 받아야 마땅한 장면.그 머쓱한 하이파이브가 그 의미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캔자스시티=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