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65일 새역사의 창을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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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탈리아의 파두아와 페라라촌 중간에 3백65개의 창문이있는 별장 하나가 있다. 이 별장의 주인은 1년3백65일 날마다 이 세계를 새 창문을 통해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또 행동하기위해 이런 특수설계의 별장을 지은것 같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기의 창문을 통해 이 세계를 바라보면서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탄생했다. 요즈음 세상사람들은 날마다 TV를 통해 온세계의 소식을 듣고 보그 있지만, 새역사의 창조보다 인류의 종말을 고하는 비극의 사건들을 더 많이 보고있는 것같다.
이렇게 된 현대 문명의 비극은 모든 역사를 황금의 자(척)로써 국가 사회 인격을 평가하고 있는데서 온 비극인것 같다.
1981년은 많은 이 세계의 역사의 비극을 해결하지 못하고 저물어가고 있다.
40여년 전에 종로 야시장에 나가면 석고로 만든 원숭이 3형제상이 팔리고 있었다. 한놈은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놈은 귀를 가리고, 다른 한놈은 입을 막고 있는 윈숭이석고상앞에서 나는 곰곰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원숭이 3형제는 이렇게 악한 세계의 현장을 보기도, 듣기도, 말도 하기싫어서 눈·귀·입을 다 막고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온세계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모든 뉴스를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않고살수는 없다. 이 원숭이 3형제 같이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생활철학을 지양하고 새해부터 날마다 새 역사의 창문을 열어놓고 보다 적극적인 새역사의 장을 창조하는 생활을 하자.
1950년 6·25당시 나는 계급도없이 군목으로 지원입대, 11년간 종군한 적이 있다. 그때에 미군군목으로부터 들었던 한 미담을 지금도 결코 잊지못한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유엔군이 후퇴하던 도중에 한 파괴된 탱크옆에서 어느 군목과 수십명의 장병이 점심식사를 하고있었다.
군목이 장병들에게 『하나님께서 이번 크리스머스에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신다면 어떤 선물을 바라는가?』하고 물었다. 그때에 한 장병이『이번 크리스머스는 고향에 가서 가족과함께 지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할때에 모두 박수로써 이에 동의했다. 그때 군목은 엄숙한 목소리로『우리는 누구든지 집에 돌아가서 가족과같이 지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포위되어서 탱크도 자동차도 없이 도보로 후퇴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하나임께 가장 좋은 선물로「오늘의 생명을 보호하여달라」고 하겠다』며 같이 기도하자고 했을때에 모두 고개를 숙였다는것이다.
이제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할 당면한 문제는 오늘 바로 지금이다.
과거의 역사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많다. 또 어떤사람은 과거도 잊어버리고 미래의꿈만 꾸고 현재에는 아무일도 아니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예수」께서 비유로『한 부자가 그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심중에 생각하여 가로되 내가 곡식을 쌓아 둘곳이 없으니 어찌할꼬』하고 또 가로되『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곡간울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하되, 하나님은 이르시기를『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영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예비한 것이 네 것이 되겠느냐?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대하여 부요치 못한자가 이와 같으니라』(눅12:16∼21)한 말씀은 현대인의 허를 찌른 경고라고 생각한다.
새 역사의 창문을 열어놓고 어제와 내일보다 오늘이 가장중요하고 오늘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조국의 국토를 오늘 지켜야하고 그래야만 조국을 통일할수 있다. 그러므로 새해부터 한 민족의 통일, 역사의 창조를 위해 날마다 새창문을 열고 3백65일동안 생각하는 행동과 행동하는 생각의삶을 다짐하자.
◇약력=1914년 평남개천출신, 서울감신대 졸, 미국남감리교대학교, 네브래스카 웨슬레안대학교 신학박사, 강원도횡성교회담임, 군목, 연세대 교목, 현감리교감리회 교육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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