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스공포 해외여행 어떻게 준비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이달 중순 미국을 다녀온 회사원 정모씨는 샌프란시스코~도쿄 간 항공기의 기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승무원들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그는 "도쿄를 거쳐 다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여서 중국인들이 많았고 내 옆자리에도 앉아 있어 불안했다"며 "미국.일본 등 아직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위험 국가로 분류되지 않은 국가를 여행하는 것도 안심할 수 없는가"를 물어왔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홍콩.싱가포르.캐나다 등 사스 감염자수가 많은 위험 국가로 여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종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위험국을 경유하거나 위험국 국민들이 비행기.선박에 동승했을 경우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이 불가피한 경우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현지에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출발 전에 사나흘 충분히 휴식.수면을 취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떠나야 한다.

사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설령 사스에 감염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해외여행 전이나 도중에 스트레스.흡연.과도한 음주 등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

여행일정을 무리하게 짜 피로가 누적되는 것도 금물이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업무 처리로 다소 무리를 했던 30대 회사원은 콧물.열 등 감기기운이 있는 상태로 최근 비행기를 탔다.

그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사스 환자로 의심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미국에서 입국이 허가되지 않을까 마음 졸였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국립보건원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사스 일반 정보나 질의.응답 정보 등을 잘 봐둬야 한다"며 "마스크.일회용 장갑.체온계와 알코올.락스 등 소독약품을 여행가방에 넣고 갈 것"을 권했다.

◇귀국 이후가 더 중요=현재는 사스 예방백신 등 특별한 예방.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철저한 개인위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행 도중 손을 자주 씻고 양치질을 수시로 해 감염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병문안 등 병원 방문을 삼가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기침.재채기를 하는 등 사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 옆에는 되도록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아주대병원 호흡기 내과 황성철 교수는 "여행 도중 잘 먹고 잠을 충분히 자 면역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득이하게 사람이 밀집한 곳에 갈 때는 바이러스 여과 능력이 있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행 도중 사스 의심증세(발열.기침.호흡곤란 등)가 나타나면 대사관.공사관 등 재외공관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작 문제는 귀국 후다. 사스는 5~10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하게 되므로 여행지에서 감염됐더라도 증상은 귀국 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귀국 후 10일까지는 건강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이 기간에 본인은 물론 가족 중에 누구라도 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인근 보건소에 알리거나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말라리아.황열.뎅기열 등도 주의해야=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동남아.중남미 여행 도중 모기.벌레 등에 물리면 말라리아.황열.뎅기열 등에 걸릴 수 있다.

중.서부 아프리카 여행시엔 수면병을 일으키는 체체파리에 물리지 말아야 한다. 남미에서 붉은 빈대에 물리면 리슈마니아증에 걸릴 수 있다.

해외여행시 가장 흔한 질병은 여행자 설사(물갈이 설사).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병으로 열대지역 여행자 10명 중 4명이 걸린다. 대개 하루 3~5회의 설사가 3~4일 지속되다가 좋아진다. 물을 끓여 마시고 날 음식을 피하면 예방할 수 있다.

장티푸스(고열.두통.오한.설사 등이 주증상)도 동남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여행 도중 감염될 수 있다.이 지역을 3주 이상 방문하는 경우 예방주사를 미리 맞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예방약의 경우 여행 1주일 전부터 주 1회 복용하기 시작해 여행 후 4주까지 복용해야 한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