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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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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공대 건물 앞에서 한 경비직원이 순찰차 ‘부르미’앞에서 무전기로 교내 안전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리고 순찰차가 24시간 순찰을 한다. 또 곳곳에서 폐쇄회로(CC)TV가 수상한 사람의 동태를 살핀다. 007 영화에나 나?법한 이 장치는 산업스파이나 국가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최근 대학가에 도난사고.성폭행 등의 범죄가 늘면서 도입된 시스템이다.

특히 도서관에서 도난사건이 빈발하면서 CCTV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중앙도서관 로비에 도난 방지를 위한 CCTV를 설치했다.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과 범죄예방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두 차례의 투표를 거쳐 어렵사리 결론을 내렸다.

한양대.동국대.부산대 등은 도서관 곳곳에서 팔뚝만한 카메라가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다. 서울대 공대는 경찰서와 '핫라인'을 구축해 CCTV에 범죄가 의심되는 화면이 잡힐 경우 전화 수화기를 들기만 하면 경찰이 출동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4월 서울대에서 노트북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장모(30)씨도 CCTV에 찍힌 모습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학생들을 기다리던 동아리들도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노트북.MP3 등 고가의 전자제품이 학생들의 필수품이 된 데다 취업준비 등을 위해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여학생들이 많아 성범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신대는 도난사건이 최근 잇따르자 50여 개의 동아리방 문을 모두 철문으로 바꾸고 전자 잠금장치를 달았다.

학교나 학생들이 순찰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는 지난달 30일부터 '부르미'라는 이름의 순찰차 두 대가 24시간 캠퍼스를 돌며 범죄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충북대.청주대.서원대 등 청주지역 대학은 연쇄 성폭행범 '발발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해병대 출신 복학생들이 방범대를 꾸려 야간순찰을 돌고 있다.

무인방범시스템을 갖춘 대학도 많다. 사설 경비업체 캡스에 따르면 전국 300여 개 대학 가운데 서울시립대.명지대 등 20여 개 대학이 캠퍼스 전체에 통합 방범시스템을 도입했다. 캡스 관계자는 "연구실 등에 부분적으로 무인방범장치를 도입한 대학은 전체의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방범시스템의 범죄예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가능성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여대에선 노트북을 잃어버린 학생이 CCTV에 찍힌 사람의 모습을 게시판에 붙였다가 인권침해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해 2월 CCTV 설치를 추진했던 전북대는 학생과 교직원 등의 반대에 부닥쳐 지금까지 답보상태다.

성공회대 대학원생 박모(29)씨는 "교내 CCTV나 순찰차 등은 학생들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24시간 감시체제로 대학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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