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동화집 '희망우체통' 펴낸 김민수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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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5년 전 제주도 교회사역의 뜻을 밝혔더니 당장 부모님들이 반대하셨어요. '젊은이는 모두 서울로 가는데, 너만 거꾸로 사는구나.' 우여곡절 끝에 식구들과 이곳에 내려온 지 5년 째인데 바다만 바라봐도 그저 좋았던 1년이 꿈결처럼 지나가더라구요. 그 뒤부터 마을 분들의 아픔도 느껴지고, 주변의 작고 못생긴 꽃과 사물들까지 눈에 서서히 들어오더라구요."

감국차를 앞에 둔 동화집 '희망우체통'(도솔)의 저자 김민수(43)목사. 그는 '목사티'가 전혀 없다. 우도가 지척인 제주도 동쪽 끝인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교회의 사택도 소박하다. 가을철 야생 국화를 꽃 채로 따서 손수 그늘에 말린 감국차 향기가 유난히 짙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 선생이 '내게 땅 한 평만 있어도 행복하겠다고'하지않던가요? 사실입니다. 교회 주변의 땅 한 평에는 무려 20종의 꽃이 피고 집니다. '희망우체통'은 피뿌리풀꽃.바람꽃.복수초 등에서 갈매기.등대에 이르는 주변 사물들을 의인화해본 동화들입니다. 낮고 못생기고 하찮은 것들의 입을 열게 한 것이죠."

동화 속에서 겨울철 막바지 눈 속에서 피어나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이렇게 고백한다. 누구보다도 먼저 피어나 남의 행복을 기원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등대 역시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한다. 물론 이들은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세지다. '몽실언니'의 아동문학가 권정생과도 닮은꼴일까?

서울 태생의 김 목사는 주로 도시선교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시골 목회에도 수완이 있어 교회 부임 당시 15명 신자를 40명으로 키웠다. "마을 행사 때 교회 이름으로 막걸리 몇 통 보내면 '저 목사 사람 됐네'라며 감동하세요." 사실 그는 마을의 일꾼. 종달리 사람들은 제주시 나가는데 차가 없어도 단박에 전화한다. "교회 봉고차 좀 보내주세요. 운전도 해주시구요."

한편 7월초까지 '맑고 푸른 북제주21'초청으로 그의 꽃사진 순회전이 북제주군 일대의 읍면사무소에서 펼쳐지고 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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