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밝은 세상 환하게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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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 위 스타트 마을에서 무료 안경 맞춤 봉사에 나선 안경사들이 어린이들의 시력을 검사하고 있다. 철원=김상선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손녀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전성규(73.가명.강원도 철원군 화지리)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내외가 모두 시각장애인으로 혹시 손녀도 시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던 우려가 말끔히 해소돼서다. "오신 김에 돋보기 하나 하시죠"라는 안경사의 말에 전씨는 손사래를 쳤다. "난 아직 잘 보이니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해줘요."

안경사들이 강원도 위 스타트(We Start) 마을 돕기에 나섰다. 서울.경기 지역 46개 안경점의 모임인 훼미리샵(회장 윤효찬)은 지난달 28일 철원초등학교에서 철원 위 스타트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검안 및 안경 맞춤 행사'를 했다.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위 스타트 운동의 주 대상인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비롯해 마을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한 나눔 봉사활동이었다.

이문수(70.가명.여.철원군 월하리)씨는 난생 처음 안경을 쓰게 됐다. 남편은 물론 아들 내외가 모두 세상을 뜨는 바람에 초등학생 손자.손녀를 홀로 키우던 이씨는 눈이 침침해도 안경 맞추는 비용이 아까워 안경점을 찾지 못했다. 이씨를 검안한 장사울 대학당안경원장은 "시력이 낮은 데다 난시와 원시까지 겹쳐 생활하기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경사들은 이씨에게 두 개를, 손자.손녀에겐 하나씩 안경을 해주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훼미리샵은 안경사들이 공동 구매.마케팅으로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3년 결성됐다. 지난해에는 안경원에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차원에서 장애인 어린이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은 "안경이 흔한 것 같아도 주변을 둘러보면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돈이 없어 안경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소외 계층에 밝고 깨끗한 세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맞춤 봉사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경사들은 이날 행사를 위해 자신들의 점포에서 값비싼 휴대용 검안기, 안경테 등을 직접 가져왔다. 이날 훼미리샵 소속 안경사 6명은 철원 위 스타트 마을 주민 211명을 검안하고 145명에게 안경을 맞춰 주었다. 어린이 45명, 어른 100명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2~3개월에 한 번씩 강원도를 비롯해 서울.경기도 위 스타트 마을에서 무료 안경 맞춤 봉사를 할 계획이다.

철원=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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