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Online 온라인] 돌아온 '그때 그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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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 장군의 메카닉 테란은 어떻게 됐죠?"

"쿠데타군의 압박에 결국 gg를 쳤네요…안타깝습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제5공화국'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온라인에 올린 질문과 답변이다. 기성세대에겐 마치 암호문 같아 보이겠지만,'스타크래프트' 매니어라면 금방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메카닉 테란'은 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인 테란의 기갑부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gg'는'good game'을 줄인 말."한 수 배웠다"는 의미로 쓰는 일종의'패배 선언'이다. 즉 12.12 당시 "전차부대로 반란군을 날려버리겠다"던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이 결국 쿠데타 진압에 실패하고만 상황을 마치 온라인 게임을 중계하듯 설명한 것이다.

드라마 방영과 최근의 과거사 정국이 맞물리면서 요즘 인터넷에는 과거사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여파로 김재규.전두환.허화평.장태완 등 '그때 그 사람들'은 연일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상단을 장식한다. 특히 당시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네티즌들의 경우 12.12 같은 역사적 사건을 흡사 온라인 게임이나 스펙터클한 영화를 방불케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받아들인다. 각종 패러디물까지 만들어내며 26년 전 쿠데타를 자신들만의 시각과 언어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현실의 패자였던 장태완 장군은 사이버상에서 화려하게 복권됐다. 신군부와 계엄군 장군들 간에 벌어진 '별'들의 전쟁을 영화 '스타워즈'에 비유한 패러디물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신군부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다스 베이더'로, 장태완 장군은 이에 맞서는 '장 포스'로 묘사된다. 또 장 장군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사악한 세력에 맞서는 마법사 '간달프'로 묘사한 패러디물도 등장했다. 특히 "야이, 반란군 노무 ××야"로 시작하는 극중의 화끈한 대사는 각종 댓글에 애용되는 것은 물론 블로그를 통해 음성파일로도 퍼질 만큼 인기를 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오히려'의리, 지도력, 카리스마를 갖춘 영웅'으로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드라마를 둘러싼 전두환 미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전사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는 지난해 2000여 명선이던 회원 수가 드라마 방영 이후 6000여 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 속 특정 인물을 영웅화하고, 그 대상도 극단적으로 나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역사드라마의 한계'를 지적한다.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마의 속성, 또 전체 맥락이 아닌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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