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에도 「경제시한폭탄」|“빵이 당장 급하다”…식량난으로 얼어붙은 동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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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구의 경제는 이미 혹한의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폴란드경제는 벌써부터 파산직전이며 루마니아는 식량배급제까지 도입했고 동구의 경제우등생이라는 체코마저 생산성의 저하로 상품의 품귀현상을 빚고있다.
빵 몇조각을 사느라 상점앞에서 몇시간씩 줄지어 기다려야하는 폴란드경제의 어려움은 오래된 얘기.
우선 동구의 곡창으로 불리는 루마니아는 지난10월말부터 빵·밀가루·설탕·식용유등 기본식품의 배급제를 실시, 폴란드를 뒤따랐다.
한마디로 루마니아마저 식량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오늘의 동구경제는 많은 문제점은 내포하고 있다.
루마니아아경제는 60년대초반 중농정책에서 중공업정책으로 전환하여 경제파탄을 자초한셈이다. 대단위석유화학공장을 건설키 위해 엄청난 액수의 외화를 도입해야했고 공장운영을 위해 집단농장의 농부를 공장노동자로 끌어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공장이 건설된뒤에도 에너지와 부품도입을 위해 외화를 써야했다.
농부들이 공장으로 떼지어 몰리는 바람에 집단농장은 거의 황폐화 되었으며 농업생산성은 자연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루마니아의 대서방차관액수도 77억달러(한화 약5조4천억원)나된다.
식량난이 심해지자「차우셰스쿠」루마니아 대통령은 최근「쿨레스쿠」농업상을 속『죄양으로 해임했다. 그러나 생필품부족에 허덕이는 광산노동자들은「차우셰스쿠」대통령의 전용헬리콥터에 돌팔매질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
루마니아는 식량난에 겹쳐빈발하는 사기·횡령을 막기위해 강경책을 쓰고있다. 순도를 낮춘 저질포도주를 판매, 거액의 부당이득을 본 한주류업자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남부지방의 한탄광지역 책임자와 지방공산당간부는 부정 허위보고등으로 파면당하기도 했다. 이사건으로 부수상겸 광업상인 「트로핀」이 실각당했다.
동구의 우등생 체코도 루마니아와 마찬가지다.
체코경제는 10월말「루보미르·스트루갈」수상이 「내유부족」을 공개, 국민들에게 내핍을 호소해야할만큼 심각하다.
금년도의 농산물생산량은 수요량보다 1백60만t이나 부족하며 수출의 주종품이라는 기계류생산도 목표량에 미달이다.
엎친데 겹치는 격으로 원자재와 에너지수급계획마저 차질을 빚어 내년도 수요량의 87%만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체코는 동구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대상채무가 30억달러(2조1천억원)에 불과해 외채부담에선 그런대로 안정세다.
그런데도 공장시설의 60%가 노후화되어 바늘에서부터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품귀상태이며 이 현상이 당장 개선될 전망은 없다.
체코경제의 또하나의 문제점은 사회주의체제의 경직성에서 찾을수 있다. 예를들어 앞으로의 할당량을 확보키 위해 각 공공건물이 여름까지 난방을 넣는다든가 노동자들이 하루 온종일 휴게실에서 서성거리며 일하기를 꺼린다.
비교적 안정세를 누려온 불가리아도 물품수급이 순조롭지 못하다.
그래서 육류·콩·밀가루·쌀·식용유등 주요식품의 수출을 11월초부터 전면 금지 시켰고, 설탕과 면제품은 관세율을 3백%나 인상, 제2의 폴란드화를 막기위해 생활필수품의 국외유출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이미 10년전 농업의 기계화를 이룩했으며 생산공장의 운영권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부여했지만 생산성은 제대로 향상되지 않았다.
동구각국이 다같이 겪고있는 이같은 품귀현상은 사회주의 고질인「저수준의 생산성」이 낳은 결과다.
최근 폴란드와 헝가리 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을 신청, 활로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폴란드는 2백60억달러(18조2천억원)에 달하는 대서방차관의 상환연기를, 그리고 헝가리는 서방과의 원활한 교역을 꾀하고 있다.
동구국가들은 자본가들의 수탈기관이라고 규탄해온 IMF에 다시 가입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심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슈피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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