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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알길없어 「루머」만 난무|“계엄이 성탄선물이냐”…시민빈축산 바르샤바TV의 “평온”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UPI통신의 바르샤바특파원「루드·그루버」여기자가 16일 손으로쓴 다음기사는 여행자의 구두속에 숨겨져 폴란드를 빠져나왔다.【편집자주】
【바르샤바17일UPI=연합】국영TV는 크리스머스트리와 장식리번을 사기위해 상점으로 몰려드는 주부들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방영하는 등 평온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가를 질주하는 군차량들의 귀를 찢는듯한 소음과 착검한 채 곳곳에서 통행자의 신분증을 조사하는 계엄군의 차가운모습등은 여전히 바르샤바의 공포분위기를 가시지 않게 하고 있다.
지도층을 잃고 사실상 활동을중단하고있는 자유노조는 17일을『전국 항의의날』로 선언한 앞서의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대신 각가정이 창문에 촛불을 밝히고 철야를 함으로써 계엄당국에 침묵시위를 하도록 구두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다.
갑작스런 계엄령 선포에 놀란 3천6백만 폴란드인들은 통신망 두절로 친구와 반체제 인사들의 소식을 더 이상 들을수 없게돼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노조 지도자「헤르·바웬사」등 수천명의노조관계자들이 당국에 억류돼 있다고 믿고 있는데소문에 따르면 자유노조 바르샤바지부 책임자「즈비그네프·부야크」는 당국의 일제검거를 용케 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서방외교관은 난무하는 루머가 지겨울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계엄포고 위반사범을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바 있는 당국은 시가지의 요소요소를 15분마다 어김없이 차량순찰을 하는등 치안유지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계엄선포 4일째되는 날 대부분의 군인들은 시가지에서 모습을 감췄으나 아직도 착검한 계엄군들이 요소요소에서 통행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등 바르샤바의 무거운 분위기는 조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크리스머스트리 구입광경을 방영하는 TV를 시청하던 한여인은 『당국이 금년에 정말 기막힌 크리스머스 선물을 주었다』고 비꼬았다.
와해된 조직을 재규합하기에 부심하고 있는 노조활동가들은 서방인과의 접촉에 훨씬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조활동이 마비된후 이 나라의 강력한 가톨릭교회는 체포된 수천 노조관계자, 지식인및 학생의 석방과 노조활동 재개 허용등을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식량사정에 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일부 폴란드인들은 지난 수개월 이래 처음으로 토마토주스와 심지어 훈제생선까지시중에 선보이고 있다고 전한 반면 한 서방인은 현재의 식량사정이 최악의 상태로서 빵까지도 배급제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평했다.
당국은 외신기자들의 취재활동을 규제할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조치가 취해질 경우 취재활동이 사실상 무의미해질것으로 보인다.

<군인들도 눈물흘려>
○…폴란드자유노조는 모든 폴란드국민들에게 군사통치자들의 대량검거에 대한 비폭력저항의 표시로 17일밤을 기해 전국적인 소등에 들어갈 것을 요구한것으로 미국무성에 입수된정보들이 전했다.
미국무성 폴란드문제 실무대책반의 한 대변인은 바르샤바시를 비롯, 폴란드의 여러 도시에서 17일하오7시(한국시간18일상오3시)를 기해 3시간동안 소등을 실시하라는 자유노조측의 요청이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성실무반은 또 체코주둔 소련군과 기갑부대들이 폴란드 남부국경지대로 접근중이라는 보도들을 확인할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톡홀름의 스웨덴왕립과학원의 한관계자는 폴란드국민들의 저항의 상징인 『흑색마돈나』가 폴란드의 가장 유명한 수도원의 한 집회도중 모습을 나타냈다고 가톨릭소식통들을 인용하여 전했다.
왕립과학원의 「올로프·탄드베리」대외담당비서는 쳉스토호바시 야스나고라수도원에서 흑색 성모「마리아」상이 모습을 나타내자 노동자들과 일부 군인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로마교황「요한·바오로」2세는 그의 조국을 위한 구원기도에서 폴란드의 운명을 이 마돈나에게 당부한바 있는데 흑색마돈나는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자 폴란드가톨릭교도들의 국가적 단합의 상징이다.
또 폴란드에서 서방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자유노조측이 폴란드 국민들에게 70년 그다니스크동지의 폭동 11주년을 기념, 흑색완장을 두를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여행자들은 4만5천명 체포설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또 체코방송은 바르샤바의 시가지에 시위를 촉구하는 전단들이 부착되었다고 보호다면서 『반혁명세력이 시위와 파업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려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자30명도 연금>
○…폴란드자유노조지도자「레흐·바웬사」는 바르샤바인근 실리체의 한 정부 소유별장에 연금돼 있다고 주스톡홀름 폴란드대사「파벨·시에슬라」가 17일 말했다.
「시에슬라」는 이날 스웨덴TV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확인하면서 자유노조는 해체되지않았으며 다만 호라동을 『중지』하고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시에슬라」는 또 30여명의 또다른 노조지도자들도 『억류』돼 있다고말했다.

<3천5백명 피체>
○…지난13일의 계엄령선포이후 당국에 체포된 폴란드인은 모두3천5백명에 달한다고 폴란드공산당의 강경파정치국원인「스테판·올쇼포스키」가 17일 밝혔다.
「올쇼프스키」는 이날 동독의 ADN통신으로 보도된 동구권기자들과의 바르샤바회견에서 바르샤바시내는 안정이 회복됐다고 말했으나 그다니스크·카토비체·브로츨라프·루블린등에서는 계엄령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이 자유노조 지하분자들에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소요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노동자도 군대취급>
○…폴란드의 계엄령선포와함께 「군사화」된 주요공공행정및 기간산업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전시하의 군병사와 같은 군법의 적용을 받을것』이라고 바르샤바 라디오방송이 17일 상오 보도했다.
이 방송은 13일상오에 계엄령선포와 함께 직접적인 군부관할하에 들어간 기간산업 공공우수 에너지 공공사업종사자들의 구체적인 의무사항을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들 기간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노동법의 적용을받지않을 것이며 군병사들과 군율이 적용될것이고 군복무자와 똑같은 의무와 책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바르샤바방송은 계엄령아래서 군사화된 기간산업노동자들은 한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전출될수 있으며 숙소안에 감금될수도 있고 작업장에 나타나지않은노동자들은 군법회의에 회부되는등 범법자는 최소 2년징역에서 최고 사형까지의 벌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소군이올까 두렵다>
○…폴란드로부터 연락선을 타고 16일 스웨덴의 위스타드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폴란드의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주요도로상에 군검문소가 많이 보였으며 석유는 구할수없고 식량도바닥이나 많은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면서 폴란드국민들이 대부분 지쳐있었다고 말했다.
트럭운전사 「얀·요한손」씨는 『북쪽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눈에띄게 나타났으며 군검문소숫자도많았다』면서 발트해 연안 1백km지점에 위치한 고르조프비엥코플스키에서부터는 평균 50km마다 군검문소가 1개소씩 있었다고 밝혔다.
바르샤바에서 온 폴란드태생의 한 스웨덴인도 발트해연안 슈체친조선소노동자들의 파업상황을 전하면서 폴란드인들은 소련의 침공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시에서 다른 한 폴란드여인은 폴란드인들이 현재 수심에 가득찬채 희망을 잃고있다고 말했다.
바르샤바로부터 육로로 빈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계엄령선포직후인 14일 바르샤바대학에서 학생과 군인들간에 일대 충돌이 벌어지고 폴란드 최대제철공장의 하나인 노바후타와 카토비체광산지역등 곳곳에서 파업이벌어졌다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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