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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이 노이로제를 부른다|전문의에 들어본 현대인의 각종 신경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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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복잡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노이로제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갖고있는 노이로제의 정도는 심각한 병적인 증세에서부터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가벼운 증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대병원 신경정신과장 이근후박사는 『복잡한 산업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다소간의 노이로제증세를 갖고있다』고 진단하고 주변의 자극은 욕구수준을 끊임없이 높여가고 있으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데서 노이로제가 유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욕구가 당장 충족되지 못하는 것을 참지못하는 미숙한 성격의 사람들이 더욱 쉽게 노이로제 증세를 일으킨다는 것.
서울대병원신경정신과 조두영박사는 노이로제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두가지의 상반되는 요소때문에 갈등이오고, 이 갈등을 원만한 방향으로 중재, 조정할만한 능력이 부족될때 생기는「마음의병」이라고 정의했다.
노이로제는 특히 직장동료나 이웃간의 경쟁심·갈등·시기심·피해망상증이 심한때 유발된다.
직장에서의 경우 꾸준한 노력과 경상적인 단계에 의해 승진·출세하려하지 않고 남을 모함하거나 비겁한 방법으로 급하게 벼락출세하려는 욕망이 노이로제를 유발한다.
분수에 맞게 살려하지 않고 이옷동료에게 지나친 시샘을 부리거나 재물에 대한 욕심, 금전욕등도 노이로제를 가중시킨다.
예를들어 이웃집에서 값진 가구나 승용차를 사들였다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 노이로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된 남으로부터의 피해를 당할때도 노이로제를 일으킨다.
신경병이라고 부르는 노이로제는 증세에 따라 불안·공포·강박관념·우울증·망상증·조울증·히스테리등 여러가지 유형으로 나눌수 있다고 조박사는 말했다.
조박사에 따르면 불안신경증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이라고 표현할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30대의 직장인이나 수험생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등을 탈때 일어나는 것으로 갑자기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식은땀이 나고 팔다리에 맥이 풀린다.
증세가 심해지면 가끔 심장마비로 오인받아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지만 안정제를 주사하면 10여분만에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불안신경증은 당사자에게 언제 이증세가 발작할지모른다는 「예기불안」에 사로잡히게해 아무일도 못하게 만든다.
강박신경증은 어떤 이상한 관념에 사로잡혀 잊으려고 해도 자꾸 의식에 떠오르거나 어떤일을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것.
대표적인 것으로는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 문단속, 불단속을 비롯해 수돗물이 잠겨있는지, TV를 껐는지, 건강·직장걱정, 심지어는 이웃집 창문을 왜 지금까지 열어놓고 있을까하는 것을 순서대로 걱정하고야 잠을 자는 증세가 있다.
히스테리성신경증은 30∼40대주부들에게 많다. 불안과 갈등이 쌓여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도 신경질을 부리고 소리소리지르며 갑자기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는 증세라고 조박사는 설명했다.
주부들중 부부간의 성격차이, 불화 남편의 외도, 고부간의 심한 갈등이 있거나 결혼후 가사에 얽매어 사회적으로 자꾸 뒤떨어진다고 느낄때 자주 일어난다.
또 신체기능이나 정신에 별이상이 없는데도 혼자서 병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병원 저병원을 다니며 두통·현기증·맥박이상·답답증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질병노이로제도 있다.
이근후박사는 이같은 노이로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증세의 원인도 똑바로 알고 사소한 일은 대범하게 넘기며 잘못된 욕구를 자제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심할 경우는 숨기지 말고 신경정신과를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변의 화려한 자극에서 오는 소비재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 능력을 넘는 권력욕·출세욕·부귀욕·명예욕·재물욕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노이로제 예방책이라고 이박사는 강조했다.
이박사는 복잡한 현대의 사회구조자체가 노이로제를 쉽게 유발토록 돼있다고 지적하고 잠재적인 신경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은 사회적규법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습성을 길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 및 사고를 성숙시킬 수 있는 취미·운동·레크리에이션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도박·섹스·퇴패적인 오락등 단순한 소일거리는 신경증 예방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것.
앞으로 사회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욕구수준이 높아갈 것에 대비, 부모들은 자녀들을 엄격한 규율과 사랑(자율)이 균형을 이루도록 훈육, 지나친 욕구를 자제할줄 아는 성인으로 길러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자녀교육방향이다.
조박사는 직장에서는 비열한 경쟁을 피하고 대인관계에서 『인화가 가장 강조 돼야 할때』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노이로제를 예방하는 방법은 ▲생활의 기본일 일·레크리에이션·애정·신념의 네가지로 구분, 실천한다 ▲활동·휴양·식사·배변을 규칙적으로 한다 ▲사소한 성공·약간의 대성공을 목표로 일하고 기뻐하며 자신감을 가진다 ▲곤란·슬픔·불안에 정면으로 맞선다 ▲감정을 활발히 표현한다 ▲대화할 수 있는 친구를 가진다 ▲실수를 웃어넘긴다 ▲직장과 자신의 일을 구분한다는 것등이다. <김광섭·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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