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끽연가, 한대수와 금연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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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는 내가 아는 최후의 끽연가다. 17세에 담배를 처음 물고, 50년을 흡연가로 살았다. 순한 담배가 트렌드인 요즘에도 그의 손엔 최고 강도의 담배가 들린다. 금연법으로 시끄러운 세상, 최후의 끽연가에게 원고를 부탁했다.

담배는 해롭다. 암의 원인이고 일찍 죽게 만든다. 건강에 대한 경고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에선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려 한다. 문제는 흡연자가 주로 중?하층민이란 점이다. 음악가로 모든 계층의 사람을 알지만, 상류층 사람들은 담배를 삼간다. 가끔 저녁 식사 후 HAVANA 시가를 태우는 사람은 보았다. 상류층 부자들은 일등석을 타고 파리를 여행하고, 뉴욕을 쇼핑하고, 스위스에서 스키를 탄다. 자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중?하층민은 어떤까? 담배가 그 역할의 한 부분을 한다. 회사에서 싸웠을 때,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을 때, 담배 한 대로 위안을 얻는다. 잠깐의 흡연이 찰나의 분노를 다스린다.

니코틴의 위험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스트레스의 위험도 같은 암의 원인이다. 사회적 위험성을 따진다면 술이 더 위험하다. 음주 운전, 가정 폭력, 성범죄 등이 술과 관계된다. 범죄를 저지르고 하는 말이,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알코올을 금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술은 소시민에게 그만한 즐거움과 대화의 꽃을 피우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담뱃값을 더 올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항상 노르웨이의 1만6000원 담뱃값과 비교하는데, 노르웨이는 세계 2위 부자 나라다. 1인당 GDP가 연간 5만6000달러다. 우리나라 중?하층민은 겨우 1만6000달러 수준. 사실상 담뱃값 인상안은 비례적으로 비싸다.

담배가 정부가 많은 세금을 챙기는 공식적인 루트인 이상,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야 한다. 무조건 금연 딱지를 전 구역에 붙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흡연자의 작은 권리가 있다면, 흡연 부스 등 끽연가 영역이 보장되어야 한다. 추하다. 구석에 숨어서 피우게 하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차별 대우가 아닐까.

니코틴의 위험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찬성이다. 그렇다고 흡연자가 공공의 적은 아니다. 사회의 큰 적들은 다른 곳에 많다. 그러나 제발, 가래나 침을 뱉지 말자. 아름다운 동네를 더럽히는 비위생적인 행위다. 그런 이들에게 벌금 100만원!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나쁜 습관을 하나하나 조종할 수는 없다. 술, 담배, 패스트푸드, 스마트폰 중독… 세상엔 나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걸 모두 금지시키는 게 맞는 것일까. 이 모든 요소들이 힘들게 사는 중?하층민의 일상생활엔 ‘Sinful Pleasure’(몸에 나쁘지만 기분 좋게 하는)이다. 국민 기분이 좋아야 나라가 흥한다.

Live & Let Live !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기획=강승민 여성중앙 기자
글=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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