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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발언백태|시비·반말·호통·손지검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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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운의 수준은 면장에서부터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것 같다』는 정부고위관리의 말이 있었다.
이제 1주일후면 막이 내릴 이번정기국회에서도 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경청한 탁론이 있었는가하면 『서해5도가 어디냐』는 한심한 발언도 없지않았다.

<“속기록에만은 넣어달라”>
많은 의원들이 「열심」이었고「진지」했으며 「연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구석에서는 초선이 80%인데서 온 미숙성도 있었고, 일부의원들의 경우 「문제성 언동」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수 없는 일.
과거처럼 정치성 문제언동은 거의 없었지만 품위·자질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것은 아니다.
미숙성이나 경험부족에서 오는 문제는 세월이 가면 해결될수 있지만 자질부족처럼 보이는 문제점은 국회의 권위나 책임을 생각할 때 불행한 일이다.
물론 문제언동이 잘해나간 대부분의 의원활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고 극소수이지만 한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것이 재탕·삼탕의 중복발언. 민정당의 경우 중복발언을 하지말라는 지시까지 내렸고 많은 의원들이 스스로 중복발언을 개탄했지만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중복발언은 없어지지 않았다.
재무위의 K의원(민한)은 8개항의 질의를 했는데 모두가 앞사람것과 중복돼 이승윤재무장관이 『앞사람에 대한 답변으로 갈음해달라』고 하자 『속기록에라도 내질문뒤에 그 답변을 넣어달라』고 받아 폭소를 자아냈다.
또 민한당의 다른 K의원·J의원등은 긴 질문을 해놓고 장관의 답변이 끝나면 으례 보충질의를 요구해 먼저한 질문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반복, 동료의원들의 짜증을 유발.
예결위에서 L의원(국민)은 이미 상공위의 동료의원들이 다 거론한 석유화학공업의 문제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3일동안 밤잠 안자고 계산기를 두드려 밝혀냈다』고 자랑.
먼저 발언한 의원이 얘기한 내용이라도 미리 자기가 준비했던 사항이라면 『비슷한 발언이 있었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질의하겠다』는 식으로 많은 의원들이 중복발언을 하는경향이다.
또 본회의·상위·예결위등 무대가 바뀔 때마다 같은 사항을 같은 의원이 되풀이 하거나 여러의원이 되풀이 한 일이 많았고 정부측은 『상위서도 답변했읍니다만…』이라며 중복답변을 했다.
가령 지방자치제·구정공휴등 인기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외채·추곡가문제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발언이 각도도 별로 달리 하지 않은채 여러차례 되풀이 됐다.
○…발언 매너에도 문제가 있다.
항상 발언대에나가 옆에앉은 정부측을 노려보며 호통을 치는 의원이 있는가하면 높은 목소리로 눈을 부라리며 발언하는 의원도있다.
국무위원에게 시비조로 발언하는 야당의원도 더러있다.
외무위의 H의원(민한)은 이범석통일원장관에게 『통일원장관이라면 정치학서적 천권쯤은 읽어야 하는데 장관은 몇권이나 읽었느냐』고 물었고 상공위의 K의원(의정)은 장관에게 느닷없이 『장관은 공무원 복무선서를 욀줄 아느냐』고 추궁.

<국장 소개않는다고 퇴장>
재무위에서 L의원(민한)은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J은행장에게 『가만있어』라고 반말조로 불러세워 놓고는 『행장은 국회밖에서나 나를 만나면 왜 인사를 안하느냐』『돼먹지 못하다』는등 사감성발언을 하기도 했다.
남의 발언중에 곧잘 끼여들어 발언한 의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행정부 공무원에게 『다리를 꼬고 앉았으니 국회경시』라고 몰아세운 문공위의 L의원같은이도 있다.
장관출석여부를 둘러싼 해프닝도 많았는데 한은법개정안을 심의중인 재무위에서 김재영의원(민한)은 『헬리콥터를 태워서라도 장관을 데려오라』고 했고, 서울시를 찾아가 무허가주택 실태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건설위의 김형래·이홍배의원은 박영수시장이 국장을 소개하지 않는다고 정회를 요구했고, 끝내 퇴장하는 진풍경을 연출한 일도 있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여당의원은 눈에 띄게 행정부측을 감싸주거나 심지어 답변을 대신해주는듯한 경향의 발언을 한 예도 없지 않다.

<다리꼬고 앉았다고 호통>
여대생피살사건, 하형사사건등을 보고받고 따진 내무위에서 H의원(민정)은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을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정부측을 걱정해준 일이있고 운영위에서 S의원(민정)은 인권문제조사특위구성에 반대함년서 『수사상 인권유린은 불가피한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궤변」이란 소리를 들었다.
○…의원겸직이 허용된후 첫정기국회라는 점에서 겸직의원의 국회활동은 주목을 받았지만 일부의 예상대로 역시 일부 겸직의원들의 로비활동및 로비성 발언은 개운치않은 여운을 남겼다.
S피아노사사장인 L의원(민정)은 피아노특별소비세인하에 관한 청원을 낸데다가 직접 회의장 주변에서 재무위소속의원들에게 협조를 부탁.
그러나 결과는 세율인하를 관철하지도 못하고 당으로부터 경고만 받았다.
석유대리점업을 하고 있는 신재휴의원(민한)은 상공위에서 『동자부는 우리 대리점업자와 정유업자간의 분쟁에개입해달라』고 했고 약사회부회장인 김완태의원(국민)은 발언중『저희약국, 우리약사회』운운했다가 최영철보사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밖에 석탄업자인 김영생의원(국민)은 저질탄조사소위에 일단 포함됐다가 주변에서 말이있자 빠지게 됐고 의사인 손춘호의원(민정)은 보사위에서 『의사도 야간이나 휴일의 진료에는 위료주가를 더 받게 해달라』고 했다.

<“손좀보겠다”고 별러>
○…인신공격·쌍스런 언동·폭언등도 국회의 장내·장외에서 산견된 현상.
문공위의 한 야당의원은 동료의원에게 욕을하며 손찌검을 하려고 한일이 있었고, 일부 의원들간에 『언제 한번 손좀 보겠다』는등 완력을 뽐내는듯 하는일도 없지는 않았다. 의견충돌을 일으킨 나머지 둘이 싸울듯 밖에 나가면서 『옛날 같으면 그냥…』운운한 촌극도 있었다.
인신공격이나 타당체면을 건드린 내용등으로 속기록 삭제를 당한 발언도 더러 있었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어떻게 다르냐』는 한심한 발언도 나왔다.
상위회의중에 과음한듯한 의원이 들어와 독려(?)한 케이스도있다.
의원·행정부공무원·기자·국회사무처 직원등이 뒤섞여있는 상임위원장실이나 소회의실에서 「XX놈」「개XX」같은 쌍스런 소리를 한 의원들이 보였던것도 사실.<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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