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웅'을 죽이고 '개혁'을 선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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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정부 10년간 연평균 10.7% 성장했던 중국경제가 시진핑 정부 집권 이후 7.5%대로 성장률이 하락하자 중국경제 경착륙과 중국경제 위기론이 넘쳐났다. 전세계가 중국경제를 걱정하고 중국이 언제 대규모 경기부양을 할까 추측하고 난리지만 정작 중국은 미동도 없다. 중국은 성장률을 10%대에서 7%대로 떨어뜨렸지만 중국정부는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경제 7% 성장의 비밀은 무엇일까?

시진핑 시대 7% 성장의 비밀

등소평의 '개혁개방'은 중국을 성장시켰지만 '분배'는 중국을 발전시킨다는 것이 시진핑 정부가 중국경제를 보는 시각이다. 지금 중국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첫째가 환경, 둘째가 국유기업개혁, 셋째가 고속성장이 아닌 안정적인 성장유지다. 중국은 작년에 앞이 안 보이는 독 스모그가 전 국토의 1/7을 뒤덮었던 기간만 150일이 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연평균 9.9%의 고성장으로 G2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은 바로 중국 인민의 폐와 심장을 담보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작년 말에 시진핑은 전국 31개 성장과의 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영웅을 죽이고 개혁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과거 지방성장들이 중앙으로 진출할 때 업적평가는 GDP를 얼마나 올렸는가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지낸 30년간 묻지마 투자로 GDP를 올렸고 G2를 만들었지만 제조업의 공급과잉, 치명적인 환경오염,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문제를 발생시켰다.

시진핑은 2014년부터 성장들의 업적평가에 환경과 부채를 추가했다 GDP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부채를 늘리거나 물·공기·토양을 오염시키면 감점요소다. 그러자 중국의 31개 성 중 작년보다 GDP목표를 높여 잡은 성은 단 1개 뿐이었고 21개 성이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그래서 2014년 중국 GDP성장률은 작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7%대 성장에도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시진핑의 국정 어젠더 '중국의 꿈'과 관계가 있다. '중국의 꿈'의 실천 목표는 향후 10년간 중국 GDP를 2배로 늘리는 것이다. 복리의 법칙인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연평균 7.2%씩 성장하면 10년 뒤에는 GDP가 두 배가 된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GDP성장의 최저 마지노선은 7.2%란 얘기다. 따라서 GDP가 7.2%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대대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 7.4%대의 성장률에도 리커창 총리가 미동도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산 호랑이” 이빨 뽑는 시진핑

다음은 분배문제다. 중국은 국가자산의 68%를 국유기업이 가지고 있어 10%대의 고성장을 해도 분배 성장률을 보면 정부가 7%를 가져가고 민간은 겨우 3%만 가져간다. 따라서 국가는 돈이 많지만 민간은 가난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환경문제 때문에 성장률은 7%대로 낮추지만 국민은 더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그 답은 분배구조 개선이다. 10%보다 7% 성장이 좋다는 중국의 논리는 분배구조를 7:3에서 5:5로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의 분배성장률은 과거 후진타오 시대 10% 성장 때 3%였지만 시진핑시대에는 7% 성장을 해도 3.5%를 가져가 후진타오 시대보다 매년 16%를 더 가져가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구조개혁, 분배개혁의 핵심이고 집권이래 2년째 지속하고 있는 부정부패 단속의 진짜 이유다.

그런데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산 호랑이의 이빨을 뽑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모든 국유기업의 배후에는 중국의 주석, 총리, 장관 등 최고위층의 자녀인 태자당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중국의 분배와 국유기업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진핑이 철도부장관, 석유방의 대부 조용캉 전 상무위원 등의 호랑이들, 즉 거물들을 부패혐의로 구속한 것도 부정부패를 저지른 세력들을 개혁에 저항하지 못하게 압박하자는 것이다.

중국, 더 이상 제조대국 아니다.

전세계 G2였던 국가 중에서 7% 이상 성장한 나라가 없다. 그런데도 중국이 7% 성장한다면 큰 일 난 것처럼 떠드는 것은 난센스다. 이젠 중국은 GDP절대 수치가 아니라 중국의 구조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답이 나온다. '못 살면 혁명'이고 '잘 살면 쇼핑'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하반기 이후 GDP를 보면 서비스업 비중이 제조업 비중을 넘어섰다. 중국은 지금 서비스대국이다. 중국은 연간 1억 명이 해외여행을 가고 전세계 명품의 28%를 사들이는 소비대국이 되었다. 지금 포춘 500대 기업이 중국 돈 벌겠다고 모조리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경제의 구조변화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오고 있다. 지금 중속(中速) 성장하는 중국이 위험한 게 아니라 중간재 수출에 목숨 걸었던 중간재 대국 한국이 위험하다. 중국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중간재 수요가 줄자 당장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몇 달째 마이너스다. 중간재에서 중국 쓰나미가 온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소비대국으로 부상하고 1억 명의 인구가 해외 관광을 하면서 명품과 브랜드에 눈뜨자 한류제품이라고 폼 잡던 한국의 소비재는 추풍낙엽이다. 한국은 중간재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소비재에서는 세계 톱 10안에 들어가는 브랜드가 하나도 없다. 한국의 브랜드 없는 소비재산업도 중국에서 이제 눈물 흘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금융에서도 변화가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대인(大人)에서 떼 놈(6·25 때), 중국 노동자(수교 이후)를 거쳐 이젠 요우커(遊客)님, 그리고 지금 자본시장에서 다시 대인(大人)으로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증시에서 최대 큰 손은 중국투자가이다. 10월27일부터 한국의 개인도 중국본토주식을 살 수 있는 후강통(?港通) 제도가 실시되고 그러면 중국으로 자금유출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내년쯤이면 중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신흥시장 최대 비중인 한국증시에 외국인의 한국 비중 축소로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의 경제 위기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실물경제와 금융에서 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다.

▶전병소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 IB본부 상무이사,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전무이사를 지냈다. 중국 북경의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상하이의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을 졸업했다.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2014』, 『5년후 중국:2012』,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2010』,『중국 금융산업지도:2011』 등의 저서가 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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