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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압박 단계별 외국기업 투자심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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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북핵 사태와 관련,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의 63%는 '미국 단독으로 대북 해상.공중 봉쇄에 돌입할 경우 대한 직접투자(FDI)를 중단 또는 회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이 단독으로 제한적 대북 군사작전에 들어갈 때에는 주한 외국 기업인의 73%가 FDI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생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이 중앙일보 후원으로 2월 15일부터 5월 26일까지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주한 외국기업의 임원 169명과 국내 기업의 간부 101명을 대상으로 직접 면담 또는 e-메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해 주한 외국 기업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한 외국 기업인들은 미국이 단독으로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외교적 조치)하거나 대북 경제 제재(경제적 조치)에 돌입할 경우 각각 13%, 20%가 투자를 중단하거나 회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상.공중 봉쇄와 제한적 군사작전이 실행될 경우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답변이 60~70%대로 급등해 주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준군사조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미 공동으로 각종 대북 제재가 실행될 경우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미국 단독으로 제재에 돌입할 때보다 5~10%포인트씩 낮아 미국의 단독 제재에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인의 경우 외국 기업인에 비해 미국 단독으로 제재할 때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을 더 많이 했으며, 한.미 공동으로 제재할 때는 투자 중단 응답률이 외국인보다 낮았다.

특히 주한 외국 기업인의 절반 이상(53%)은 주한미군이 향후 5년간 상징적 병력만 남기고 사실상 철수할 경우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외국 기업인의 39%는 그렇게 될 경우 대한 직접투자를 중단.회수하겠다고 밝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파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주한 외국 기업인의 73%와 국내 기업인의 64%는 '앞으로 5년간 한.미 동맹은 국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주한미군이 1만2500명 감축되는 주된 배경에 대해서는 주한 외국 기업인의 69%가 '미국 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조치'라고 판단한 반면, 28%는 '한국 내 반미감정의 고조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비한 대응 탓'이라고 답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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