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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영빈 사장 - 니혼게이자이신문 스기타 사장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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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및 12회 세계에디터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인 스기타 료키(杉田亮毅.67)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사장과 권영빈 본사 사장 겸 발행인이 31일 만났다. 두 사람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아시아 경제권, 한.중.일 역사 마찰, 양국의 경제 상황, 신문의 미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스기타 료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사장(맨 왼쪽)과 권영빈 중앙일보사 사장(맨 오른쪽)이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한.일 양국 관계와 신문의 미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기타 사장은 세계신문협회 서울 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권="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주최한 '아시아의 미래'포럼(11회)에선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스기타="올해는 한.중.일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인도를 포함하자는 것이 참석자들의 합의였습니다. 아시아 경제권의 폭이 넓어진 것이지요.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좀 더 커질 것입니다."

▶권="아시아의 문제를 볼 때 원론에선 대부분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중.일 관계가 원만치 못해 아쉽습니다. 한.중.일 언론이 파트너십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앞장 서야겠지요."

▶스기타="큰 흐름에서 보면 틀림없이 잘될 것입니다. 2000년의 역사에서 삐걱거린 때가 있었지만 친밀했던 기간이 더 길었습니다. 양국 국민은 잘 해결할 것입니다. 언론이 조정역할을 해야 합니다."

▶권="일본 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살아나고 있는데 반해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스기타="최근 1년의 국제경제 흐름을 보면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1~2% 하락한 게 주요 이유지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국가든 고도성장을 하다가 일정 정점을 지나면 성장률이 낮아집니다. 그러면 다른 국가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역사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무리한 성장이 오히려 문제지요. 일본도 3% 이상 성장하겠다는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권="일본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스기타="현재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적극적이고, 기업이익도 높습니다. 다만 근로자의 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로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올여름까지는 경기가 다소 나쁘지만 가을에는 상승 기조로 전환될 것입니다. 새로 설비투자한 상품들이 2007~2008년 나오고, 정보혁명으로 여러 기회가 올 것입니다. '가정의 정보화'가 중요하지요. 3~5년 내에 1억 대 정도의 TV가 교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당 20만엔만 잡아도 굉장한 수요지요."

▶권="일본은 13년간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좀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교훈을 배웠습니까."

▶스기타="해결책은 간단했지만 정치적으로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 일본에선 누구도 버블(거품 경제)을 못 느꼈어요. 5~6% 성장을 했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부동산.주식.골프장 회원권 투자붐이 불고 이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지요. 그러다 버블 붕괴 후 이들의 가격이 급락해 개인과 기업의 총 수요 능력이 엄청나게 줄었어요. 정부나 정치권은 세금과 재정으로 수요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수요.공급의 격차가 너무 커 안 됐어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교수 출신인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요에 맞춰 공급력을 줄였어요. 금융권의 불량채권을 잘라내고 재정을 줄였지요. 많은 기업이 부도가 났고 정치권.국민의 저항이 있었지만 공급과 수요가 맞춰지고 경제가 살아났지요. 고이즈미 총리가 이웃 국가와의 관계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사람이 100점을 맞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아요."

▶권="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거품을 없애 장기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고도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지요. 경제성장 목표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문으로선 경제 침체와 인터넷 확산으로 TV와 종이신문이 함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스기타="한국에 비해 속도는 완만하지만 일본 신문도 그런 문제에 부닥칠 것입니다. IT를 활용해 신문을 강화해야 합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올해부터'IT와 함께하는 신문'(Paper with IT)을 전략으로 세웠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를 강화해 신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지요. 결국은 종이신문과 IT를 어떻게 융합해 총수익을 올리느냐에 있습니다. 기술발전과 독자 요구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정리=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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