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독수뇌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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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독의「헬무트·슈미트」수상과 동독의「에리히·호네커」공산당서기장이 11일부터 사흘동안 갖는 동서독정상회담은 분단된 독일의 양쪽수뇌들이 70년이후 벌써 세번째 만난다는 「운적인 요소」 때문에 중요한것이 아니다.
「슈미트」가 동독의「베르벨린」이라는 데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은 오히려 그「시기적인요소」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독일은 그 분단의 역사적인 배경으로 보나 지정학적인 위치로 보나소위 주변정세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지역일수밖에 없다. 주변정세중에서도 대개는 미소관계가 양독관계의 기류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렇기때문에 지난1윌 미국에 등장한「레이건」행정부가 대소강경정책을 강조하면서 데탕트의 후퇴와 심지어 냉전의 복활론까지 대두되었을때 동서독간에는 냉기류가 흐르지 않을수 없었다.
79년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과 80년8월의 폴란드자유노조 운동으로 양독정상회담이 두차례나 연기된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런 불리한 원경을 가지고도 전후 세번째의 정상회담이 실현될 수있었던것은 올가을부터 레이건행정부의 대소자세가 크게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브레즈네프」가 주로 소련의 경제적인 사정때문에 천연가스의 대서독수출을 포함한 독소경협을 서두를 필요에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11월「브레즈네프」의 서독방문은 동서간의 중재자역을 자처하는「슈미트의 정치적 입장을 크게 부각시켜주고 아프가니스탄사태이후 냉각된 독소관계룰 다시 강화하는 계기가되어 결과적으로 소련후견하에 있는 동독의「호네커」로 하여금「슈미트」의 동독방문욜 수락하게 만든 것이다.
「슈미트」와「호네커」는 서독이 동독에 제공하고 있는 차관의 상환시한 연장, 교역증진,동독의 친지를 방문하는 서독사람들의 지참금의 인하같은 현안들과 유럽배치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같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시각에 서서 보면 70년의 독소부가침조약, 72년의 동서독기본조약으로 역사적인 결실을 본「브란트」전서독수상의 동방정책이 지금까지 면면히 맥을 이어오면서 양독간 교류를 착실히 확대시켜가고 있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요 부러운 일이다.
2차대전은 지구상에 4개의 분만국가를 떨어뜨려 놓았다. 그중 베트남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무력통일이 이루어졌고, 독일은 실질적인「통일」을 향해 공존의 폭을 넓혀간다. 중국의 경우 북경의 등-호 체제는 자유중국에 계속 화해의 신호를 보내고 있어 언제 30년분단의 벽한자락이 무너질지 모르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과는 대조적인게 한반도다. 북한은 1·12와 6·5 제의를 포함한 일체의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김정일 후계체제의 기반다짐을 위해서 김일성「성가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등 통일은 고사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남북교류의 전망도 짙은 안개속에 묻힌 느낌이다.
독일사람들과 분단의 아픔을 같이 하는 우리는 베르벨린에서 열리는「공존의 잔치」에 갈채를 보내면서 동시에 북한당국자들에게는 전후36년동안 북한밖의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를 주목하라고 촉구하고 싶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걸 깨우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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